'다른 세계에서도'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낙태죄 폐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산부인과 지수의 이야기예요. 산부인과 선배인 희진언니를 따라 칼럼의 초고를 합평하는 모임을 간 지수는 낙태법을 위해 약물적 임신중지법이 관행적으로 시행되어온 공포 이미지 상쇄할 수 있는 여러자료들 약물성 안정성이 입증되있다는 내용을 토대로 낙태법 폐지에 찬성하는 자료를 모으는 자리에 간다. 하지만 지수는 이런 상황을 진행하면서도 불편한 기분, 혼란스러운 상황을 느낀다.그날 새벽에 느낀 서늘함은 분명, 원래 해수와 나 사이에 있던 적당한 거리감과는 다른 무엇이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그 간극만큼이나 다르게 자라왔고 다르게 살아가도록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을까.동생 해수가 원하는 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해주려고 기다리던 지수는 응급실로 달려가는 무명 아기1, 무명 아기2를 마주한다.너와 나 일수도 있는 무명 아기들 처럼 우리는 그렇게 각자 이 세상에 태어나고 각자의 길을 살아간다. 동생이지만 순간적으로 느낀 서늘함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벗어나 하나 하나의 서로 다른 인격체로서 느끼는 거리감을 표시한 것 같다. 이렇게 각자는 서로의 관계이기에 앞서 각자의 소중한 생명이라는 독립체인 것이다.여성 자신의 삶과 가족과 무엇보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고심 끝에...희진언니는 헌재 결정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중적인 공감대를 조성하는 것이 이 모임의 주된 목적이었고 언니에게도 자신을 믿고 모인 사람들을 비난과 편견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게 극단적인 부분만을 보고 희진언니의 의견에 전적으로 마음을 싣지 못합니다. 그만큼 낙태라는 부분이 여성의 자율권이라는 부분과 생명의 결정권이라는 두 가지의 논란이 계속 팽팽하게 진행되는 부분입니다.해수 임신했단다. 해수 야는 아가 와 이래 철이 없노?지수야! 그거 진짜 순간이고, 암것도 아니었다!지수 니가 더 잘 안 아나? 요즘엔 기술도 발달했을 거 아이가?다 - 준비된 다음으로 미루는 게 순서에도 안 맞나?우리는 때때로 당위를 얻기 위해 나의 입장에 맹목적이게 되죠. '낙태죄를 폐지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헌재의 위헌 판결을 얻기 위해 계속 투쟁한다. '임신중지는 여성이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며 '임신중지는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고. 이에 반대되는 이미지는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장면도 나오죠. 지수는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인물입니다. 아무리 대의를 위한 길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어야 하고, 이런 논제는 복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지수의 엄마 또한 갑자기 덜컥 생겨버린 해수의 아이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하면서 아이를 낙태하길 권유하는 이야기를 지수에게 해버립니다. 아무것도 아니였다는 엄마의 말. 안정적인 후에 가져야 한다는 말. 그렇게 쉽게 아이를, 태아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하나의 물건과 같이 취급되는 슬픈 현실을 들어낸다. 지운다는 말, 미룬다는 말로 작디작은 생명체에 우리는 차가운 칼날을 들이 밀 수 있는 존재일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옳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을 수는 없더라구.우리도 우리의 도덕적 우위를 잃으면 안 된다는 거.임신중지가 언제나 예외없이 한 여성의 절실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라는 고정관념은 그것이 항상 절박한 상황에서 절박하게 취혀져야만 하는 조치처럼 여기게 만들 수 있다. 피치못할 상황으로 인한 상황을 제외한 임신 자체에 대한 모든 상황을 여성이 짊어지고 가는 안타까움을 작가는 말하고자 했을겁니다.해수에 결혼식과 뱃속 아이에 대한 작은 인사 한마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더더욱 너, 당신 이라는 고귀한 생명은 누구로 인해 결정되고 판단되는 존재 그 이상이다. 낙태죄가 있고 없기에 앞서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사랑은 변치 않아야 한다. 꼬물거리는 손과 발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당신들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영롱합니다. 책 표지 또한 자궁 초음파사진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의미있게 제작되었습니다.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가 건넨 최초의 인사를요.단편이지만 다른 글들도 다들 깊은 생각과 사회적인 내용들을 작가는 날카롭지만 담담하고 부드럽게 글을 작성하였다.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라이파이. 부태복.컨프론테이션등 사회적인 이슈들을 각각의 다른 세계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주인공들을 너무나 차분하게 풀어내 나가는 놀라운 심리서술에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작은책 하나에 이런 많은 세계를 실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가볍지만 가볍지않은 세계에 이야기를 거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작품을 받아서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