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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도서제공 #서평단 #밤새들의도시 #김주혜
p.75 벽 너머로 나지막히 울리는 대화와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 고독이 더욱 실감 났다. 나는 혼자였을까, 아니면 외로웠을까? 두 상태의 경계는 문턱 없는 문이었고, 나는 그 문을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넘나들었다.
#작은땅의야수들 의 작가 김주혜님의 신간 밤새들의 도시를 읽으니 그녀의 세밀한 문체가 감정의 세포 하나하나를 건들이는 느낌이다.
발레를 잘 몰랐기에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그 동작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 음악이 무엇인지 몰라도 눈에 그리듯 표현한 문장들에 푹 빠지고 말았다.
책 표지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편인데 표지의 보라색무드는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분위기였다.
발레를 위해 태어난 듯한 나탈리아 레오노바. 그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르기 위한 여정.
처음부터 혼자 였고 외로움과 고독 안에서 그녀는 홀로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그녀가 자처한 외로움이었을까?
p. 15 나를 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나 말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어서 빨리 숨어 들어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나조차도 나를 나쁜 인간으로 생각하는 나타샤. 본 적 없는 그녀의 마른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p.55 모든 사람이, 그러니까 같은 학교 아이들. 선생님들, 심지어 엄마까지도 나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은 우주의 광활하고 검은 공허처럼 무한하고 중대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했다. 스스로에게도 관객에게도 그녀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과거에게도 그녀를 마지막까지 평가할 미래에게도...
혼자였다 생각하였지만 나타샤의 삶속에 있던 소피야, 니나, 안드레이, 세료자, 샤사, 드미트리 그리고 선생님들
철저히 혼자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관계는 계속되고 관계는 발전하기도 퇴보하기도 한다.
p.379 모든 매듭은 결국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된다, 이거야. 언젠가는 풀 수 없는 때가 와서 결국 끊어버려야 할 순간이 온다고.
p.415 모든 관계가 언젠가는 이르게 되는, 서로 붙잡느냐, 영영 멀어질 것이냐의 갈림길에 우리는 도달해 있다.
서툴지만 살아낸 나타샤와 그리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뜨거운 포옹을 보낸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이렇게 몰두했던 적이 있었나. 이렇게 사랑했던 대상이 있었나 싶었다.
p.518 아무리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사실, 위대하려면 반드시 끝나야 한다.
이 책은 무려 3주간 읽었다. 읽히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타샤의 절절함에 이입이 심하게 되어 그녀처럼 책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끝을 아주 어렵게 읽어냈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다. 레옹은 왜 그런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