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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서 기적으로 -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
김태원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그의 팬이 된것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였는데 여러명의 심사위원 중에 가장 독특한 심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한창 유행이지만 오디션 프로라 하면 독설을 하는 심사위원들이 많이 등장했던 때다. 참가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날카롭게 집어내는 심사위원들 사이에 그는 참가자들의 노래만을 심사하지않고 노래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같이 심사했으며 심사위원으로서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참가자들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했기때문에 더 인상적이었다. 결국 3명의 멘티들을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여준다.
그런 그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앞표지와 뒷표지의 그의 아들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던 책은 전반적으로 그가 생각하는 인생, 음악, 사랑과 행복에 대해 자유롭게 쓴 에세이형식이며 마지막 뒷부분은 에필로그로 간단한 일기로 되어있다. 그의 인생은 절대 평탄하지 않았던것 같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거짓말을 해야했고 다른사람과의 관계에서 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대마초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되기도 하였으며 막내 아들이 정신지체라는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나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생의 멘토 역할로 톡톡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다보면 그가 하는 말은 사실,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진다는 생각이들기도 하다. 우리는 경쟁사회를 살아가며 항상 남을 이겨야하고 뒤쳐지면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데 그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인간관계에서 강자가 되기보다는 약자가 되라는 이상적인 한 조언을 한다.
무인도에서 탈출해 처음 만나는 인간을 대하듯 모든 인간을 대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관계에서도 실패할 확률은 없습니다. P.21
그의 이야기를 만약 역경과 고통을 겪지 않고 성공을 한 사람이 했다면 사람들의 공감을 절대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가 하는 말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것은 그가 살아온 인생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음을 알기때문이 아닐까.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름다운 곡을 쓰고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질리지 않는 음악을 하는 그의 노래는 결국 그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또 아픈 과거와 끔찍했던 기억을 잊어버리기 보다는 고통을 아름답게 승화시켜내는 모습이 그를 더 빛나게한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건 과거 외엔 없어요. 누구나 과거는 유치하죠. 그렇다고 없애버립니까?
그렇게 하겠다면 죽는 순간까지 계속 지워야 할 겁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그렇게 살 수는 있지만
부디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랍니다.
그것이 그대의 인생에 스쳤던 모든 이들을 존중할 수 있는 최소한이기 때문입니다. P. 115~116
또한 그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의 담담한 고백도 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대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들을 생각하며 쓴 시는 아들과 소통하고 싶어하고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하게 나타난다.
<오즈>- 아들 우현을 생각하며
친구여 나는 너의 잠 속에
꿈이고 싶다
너의 까만색 동공에 비춰지는
모두이고 싶다
그래서 시간 속 가슴시려야 할
모든 조건에 밖이고 싶다
나는 진정
사랑을 울타리로 희망을 기와로
소망을 닮은 강아지 한 마리와
무지개로만 지어진 세상에
너를 놓아두고 싶다
그래서 너의 시선 속에 나는
늘 서성이고 싶다
저 아름다운 꽃이 자라는 곳에
끝도 없이 너를 던지기 위해......
책은 처음부터끝까지 잔잔하지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따뜻한 선배를 만나 위로받은 기분을 가지게 했다. 또 생활의 바쁨으로 잊고 있었던 궁극적인 가치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였으며 47세이후의 삶을 기록한 책을 쓰고싶다던 그의 책을 무척 이르지만 기대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