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여행 가자 - 아들,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서다
박상준 지음 / 앨리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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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이던가?
엄마가 내가 사는 집에 다니러왔다.
'아, 어디가서 소리 한 번 지르고 싶다'
엄마의 그 한마디가 나를 너무 아프게 했다.
'그래 엄마도 때론 쉬고 싶고, 놀고 싶고, 어딘가 기대고 싶은 그냥 평범한 사람, 보통의 여자이지'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엄마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회사엔 과감하게 반차를 썼다.

'엄마 네일케어 받을래? 그럼 기분 좋아지는데'
엄마는 본인의 거친 손이 못내 부끄러워하며 한사코 가기를 꺼려했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어떤 색을 바를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엄마의 얼굴엔 '어디가서 소리나 한번 질렀으면'하던 지친 중년의 모습대신 들뜬 소녀의 표정이 담겼다. 정리된 손을 쳐다보며 소리없이 좋아하던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서점에서 이 책을 본 순간, 그때 그 소녀 같던 내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라는 제목은 짧고 작은 단어이지만, 참으로 큰 울림을 준다.
이 책의 제목에 '엄마'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난 절대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중년의 아들과, 환갑의 엄마가 함께 떠난 여행을 그린 이 책은, 마음속 한 편에 켜켜이 쌓여 있던 엄마에 대한 내 부채의식을 여실히 찔러댔다.

엄마에 대한 애뜻함이 가득 담겨 있는 아들의 위트와 아들에 대한 사랑이 한껏 보이는 엄마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엄마와, 나를 떠올리게 했다. 때론 흐뭇하고 때론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지만 마음이 이상하게 움찔움찔했다.

여행이란 거. 생각하면 참 아무것도 아닌데. 그 흔한 여행을 엄마와 단둘이는 다녀온 적이 없다. 친구들과는 철이면 철마다 어디 갈 계획부터 세우고, 내 입으로 나 스스로 '여행을 좋아한다'라고 떠들고 다니면서도 엄마 손 잡고 어딜 가볼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다음번에 집에 내려가면, 엄마랑 작은 여행을 가볼 생각이다.
집 앞 공원을 타박타박 시간을 두고 천천히 걷는 산책이 될지도 모르고,
큰 카트를 끌고 이게 싸니, 저게 싸니 잔소리를 하며 웃고 떠드는 마트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일단은 오롯이 엄마와 나.

그렇게 우리 둘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안타깝게도 엄마와 나, 둘다 운전면허가 없으니 어디 멀리는 못 가겠지만.. 흐
(책 속에선 아들 대신 엄마가 운전을 하며 여행을 다닌다..)
아, 운전면허를 따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군. 흣.

이 책의 엄마는 읽는 사람이 누가 되었든 '내 엄마'를 생각하게 되고
이 책의 아들은 보는 사람이 누가 되었든 '나'를 떠올리게 된다.
정말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누구든지'라고..

그리고 또 하나.
참, 다행이다.
우리 엄마보다 내가 먼저 이 책을 읽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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