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역주본 (원전)
계연수 엮음, 안경전 옮김 / 상생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틈날 때마다 몇 쪽씩 읽는 책 <환단고기>. 몇 년 전에 보급판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내용이 좋아서 이번에 원전 크라운판을 좀 큰 돈 주고 샀다. 앞부분인 해제가 600쪽, 이어지는 본문이 700쪽으로 모두 1300쪽 분량이라 단번에 읽어내기가 만만찮지만 시간 날때마다 몇 쪽씩 보려고 한다. 일주일 동안 360쪽 정도 읽었다. 보급판은 560쪽 분량이라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환단고기>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불명예스런 수식어도 늘 따라다닌다. '근세에 창작한 위작'이라거나 이 책을 보는 이들을 '국뽕에 취한 환빠'라고 공격하는 식이다. 물론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위작이라는 말은 근거없이 지어냈다는 말인데, 이처럼 방대한 역사를 깨알같이 지어낸다면 그 작자에게는 노벨역사상이라도 만들어 주어야 하지않을까? 절대 위작할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일부 기록은 이 책이 처음 나왔을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진위를 알 수 없었으나 그 이후에 유적이 발굴되어 기록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적지않다.

국뽕이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모든 역사 기록은 승자의 선택적 기록이므로 국뽕 속성을 기본으로 지닌다. <사기>, <후한서> 같은 중국 24사나 <일본서기>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모든 역사 기록은 읽을 때도 내용을 선택적으로 취하면서 읽어야 한다. <환단고기>도 역사 기록이므로 마찬가지 방식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사관에 철저히 교육된 상황이라 대륙에서 펼쳐진 선조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아예 문전박대부터 하는 형편이다.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빼면 현존하는 사서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 우리 역사 기록에만 그렇게 가혹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 관한 수많은 자료들을 보았지만 대부분 코끼리 다리 일부를 보여줄 뿐이거나 조랑말을 내놓고 코끼리라고 우기는 식의 자료들이 다수였다. 그에 반해 <환단고기>는 코끼리 전체를 우람하고도 분명하게 딱 보여준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거듭 보려는 까닭이다. 특히 교과서에서 애매하고 몽롱하게 처리된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를 또렷이 드러내주고, 그 이후의 우리 역사는 물론 우리 역사와 연관된 세계사 흐름을 아는데도 도움이 된다.

오늘은 100여년 전 선조들이 일제의 만행에 항거한 3.1절이다. 일제는 물러갔지만 그들이 심어놓은 잘못된 역사 바이러스는 강단에서, 교과서에서, 우리 인식에서 끊임없이 세포분열하며 증식하고 있다. 이런 악성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역사 면역을 갖추는데 <환단고기>가 꽤 괜찮은 백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22.3.1.)

*참고로 나는 특정 종교나 교리, 학회와는 무관한 한낱 지식소비자일 뿐이다. 이것도 편견일 수 있겠지만 환단고기를 처음 보았을 때 디자인이나 인쇄 칼라 등이 기존 역사책과 너무 다르고 화려해서 특정 종교단체에서 펴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용 중에도 특히 해제 부분에 삼신, 신교에 관한 부분이 장황하여 거슬렸다. 물론 고대 사회를 이해하는 단초가 되는 원리라는건 알겠지만 역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미건조하게 처리하는 것도 독자들의 접근을 늘리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