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문학사 한국의 과학과 문명 11
전용훈 지음 / 들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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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천문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있지만 역법사 중심으로 서술했으므로 넓은 범위의 천문학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초반에는 천문학사에 대한 개괄을 하면서 선행 연구들을 짚었는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면서 식민사학 냄새를 풍긴다. 이를테면 고조선 시대에 관하여 환단고기에 실린 오성취루 현상 등 천문 관련 기록을 근거도 따져보지 않고 주류 역사학계어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료라는 이유로 부정해버리고, 고인돌 별자리도 후대 사람들이 팠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채용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심지어 일식 등 수많은 천문기록이 남아있는 삼국사기도 중국 것을 베낀 것일 수도 있다면서 부정하며 정작 고찰해봐야 할 우리 것들은 일단 제쳐놓는다. 애초에 역법사만 다룬다고 했으면 거기에 집중하면 되지 굳이 이런 것들을 들먹이며 천문학사에는 들어올 수 없다며 어깃장을 놓는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읽고있는 <고대 하늘의 메아리>(에드윈 C. 크룹)를 보면 세계 학자들은 들판에 선 바위 하나라도 찾아내어 동지나 하지때 태양빛이 비추던 것이라며 천문학사의 소재로 활용하고 학술대회를 열고 있어서 이 책의 저자와 대비된다.
역법사 서술도 문제다. 그는 삼국시대 이래 우리 역법사를 오로지 중국과의 조공책봉 관계속에서만 의미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 정작 저자는 앞에서는 고인돌에 별자리가 많으니 천문학의 독자기원설을 지지할 수도 있는데도 부정부터 해버리더니, 삼국시대 역법사에서는 근거가 확실치 않음에도 우리가 중국쪽과 조공책봉 관계에 있었으므로 중국에서 받아쓰기만 했을 거라는 수많은 '추정'을 남발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추정'을 왜 고인돌, 환단고기, 삼국사기에는 왜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이 책은 넓은 의미에서 한국 천문학사를 알아보려는 이들, 한반도에 국한된 협의의 역사가 아니라 대륙에까지 전개된 고대 한국사와 결부된 천문학사를 공부하려는 이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저자의 편견과 무지, 독선적인 학문풍토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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