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닥친 거대한 행운,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세 사람. 행운을 거머쥐기 위해서 그저 간단한 계획을 수행하면 될 일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걸까. 하나의 거짓말을 막기 위해 또 다시 해야만 했던 다른 거짓말과 거짓말.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 행크. 그는 임신한 아내 사라와 함께 풍족한 생활을 꾸리진 못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벌리는 월급을 조금씩 저축해 그 돈으로 새로운 곳에서의 재출발을 계획하고 있는,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남자다. 그에게는 형이 한 명 있는데 그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매 년 12월 말일에 만나 의례적인 성묘를 하는 것 외에 교류가 전혀 없어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1987년 12월 말일. 행크는 형과 형의 친구 루와 함께 성묘를 가던 중 경비행기 안에 들어 있던 가방 안에서 4백만 달러를 발견하게 된다. 행크는 눈이 뒤집히는 형과 루를 막아 서며 이 큰 돈은 분명 곧 찾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고, 이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해 질 때까지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큰 행운 앞에서 행크는 점점 돈에 대한 소유욕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돈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망가져가는 사람들과 물꼬를 트고 생겨나는 의심들. 불신과 음모. 점점 큰 범죄를 저지르지만 상황이 이러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자신의 죄를 덮으려는 행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이 돈을 위해 저지르는 범죄에 크나큰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닐런지도 모르겠다. 돈 때문에 망가져 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뉴스가 아니던가. 서로 교류가 없었지만 형제라는 사실 하나로 이어져 있던 끈이 떨어지는 순간 끝까지 이용당하고 사람을 믿었던 행크의 형 제이콥은 처음의 제이콥이 아니었다. 가장 평범하고 정상적인 이성을 지니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행크는 과연 그런 모습을 보여줬는가, 이 곳에서 가장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이 아닌가. 끝까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수많은 범죄들은 더이상 행크를 행크가 아니게 만들었다. 보통과 범죄의 가느다란 벽을 넘어서는 것은 순간이다. 적당한 거리감과 현실을 파악하는 힘이 필요한 세상에서 돈이 불러 일으키는 환상은 보통 사람을 보통 사람이 아니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게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범죄자들은 아직도 자신이 보통 사람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 이다지도 평범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아직도 누군가를 원망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