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치도록 즐거워 - 트럭 타고 아프리카로 떠난 그녀
오다나 지음 / 이른아침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여태까지 살아온 짧은 시간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단체로 가야 했던 여행을 제외한다면 스스로 계획을 짜며 루트를 그리고 준비물을 챙기고 일상을 탈피한다는 사실에 대한 설레임을 한 번도 느껴본 적도 없다. 혼자 하는 여행은 생각만 해도 겁부터 나는 겁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여러 나라의 여행서를 보며 대리 만족 하는 것으로 쉽게 만족감을 느끼는 제일 단순한 머릿속 여행자다. 그런 내게 다가온 이 책은 참으로 신선한 바람을 가져다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여행을 계획을 짜서 가는 게 아니라고들 한다. 계획만 짜다가는 어영부영 취소되기 십상이고, 평범한 나날속 문득 가방을 챙겨서 떠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그에 비해 저자 '오다나'씨는 참으로 철저하게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를 챙기고 공부해서 아프리카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몇 번은 여행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니 그 지역의 입장에서는 머리 아프게 공부까지 해가며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찾아와주는 참 고마운 여행자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막상 도착한 순간 그동안 알고 있던 아프리카는 겉모습의 일부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고 하니 실제 아프리카가 어떨지, 이 책을 다 읽었음에도 가늠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거대한 땅은 여전히 미지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오다나'씨는 번듯한 직장을 한순간에 때려치운 결단력 있는 사람이자 행동력 넘치는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다. 주위에 있다면 옷 끝을 쥐고 놓지 않으면서까지 함께 있으며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사람이자, 참 유용한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주는 유쾌한 사람이다. 아프리카에 가기 전에 주사를 꼭 꼭 맞으라는 잔소리꾼.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본인은 정작 운에 맡겨 겨우 살아 돌아온 재미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방향과 정반대의 루트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도 단순히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니 재미 위주의 삶을 사는 화끈한 사람이기도 하다.
홀로 느낌대로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함께 자고 먹으며 돌아다니는 투럭 투어이기에 숨어 있는 명소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는 여행이기에 더욱 민감해지는 사항들을 캐치해 알려주고, 꽃미남을 가진 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는 진리까지 세심하게 알려주는 재미있는 일기 같은 여행서라 아무 부담없이 쉽게 쉽게 읽어갈 수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보통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사자와 드넓은 초원의 이미지에 대한 진실 하나. 고개만 돌려도 보이는 것이 기린이라지만 정작 보고 싶었던 사자는 고고하게도 그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한다. 사자도 보이는 기간을 맞춰서 가야 볼 수 있다고 하니, 새로운 아프리카의 일면이었다. 영양떼를 쫓아 달리는 사자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따뜻하고 안락한 호텔에 누워 배달되는 음식을 받아 먹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힘들고 사람들간의 갈등과 끼니 때마다 겪는 준비과정들. 무엇하나 되어 있는 것 없이 살기 위해 해야 했던 고된 일들. 하지만 그럼에도 '오다나' 그녀는 아프리카에 찬사를 보낸다. 아프리카, 너는 최고였다고 주저 없이 말하게 되는 그 매력적인 땅. 손만 벌리면 들어왔던 작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힘을 지닌 곳, 상상만으로 멈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그 매혹적이자 알기 힘든 땅에 발을 들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