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고진하 글.사진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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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무한도전에서는 하하의 군입대를 응원하며입대 전 마지막 무한도전 촬영을 기념하는 의미로 인도로 여행을 떠난 모습을 방영했었다낯선 인도 땅에서의 무한도전과 담담한 하하의 나레이션이 잘 어우러져 어떤 일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일의 시작을 깨끗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게 만드는 바로 저 곳이 인도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영상에 붙은 소제목은 바로 나를 찾는 여행이었다수많은 사람들이 참다운 자아를 발견하고자 찾는 인도 안에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지어떤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지 궁금한 마음이 더해만 간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계속해서 숙소로 가는 기차 안에서도방 안에서도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눈다.조용한 인도는 그들의 마음을 열었고 솔직히 내뱉는 속마음들은 몰랐던 그들에 대해 알려주었으며,언제나 같았던 그들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들었다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서로 간의 걱정과 웃음을 통해 조금씩 가지고 있던 응어리를 풀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손으로 밥을 먹는 풍습이나 강한 향신료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는 순간들이 계속되자 불쾌 지수가 오른 멤버들은 급기야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 말다툼을 하게 된다멤버들에게 닥친 위기였다그러나 홀로 있는 순간이 길어지고 생각을 방해하는 것이 없어지자 눈 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모습들을 관찰하기 보다 자신 안으로 들어가 내면을 관찰하게 된다그들은 누군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그리고 무한도전 인도 여행 편은 하하에게나 멤버들에게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나 뜻 깊은 여행이 되어 아직까지 여운을 드리우고 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찾는 인도는 대체 어떤 매력을 지닌 곳인가. 왜 하필이면 인도일까. 단지 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일까.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일까.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인도에 대해 그저 소를 숭배하고 여러 신이 존재하며커리에 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구워 만든 난을 주식으로 먹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다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인도는 생각보다 더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자기를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곳. 



글쓴이인 고진하는 시인이자 기독교인이다수행을 하기 위해 찾은 인도였기에, 신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인도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엮어 들려준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칼리 여신'의 그림을 파는 소년이 다가와 그림을 내밀자 적당한 값의 지폐를 주었는데도 소년은 가지 않고 있었다. 고진하는 소년을 뿌리쳤고 소년은 고진하에게 "당신도 신이에요."라고 말했다. 소년의 말은 당신이 자비로운 신인데 어째서 신이 아닌 척 외면하느냐 하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나 신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내면에 있는 신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깨달음을 얻고, 못얻고가 갈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제서야 제목이 이해가 간다. 저마다의 신들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신들의 나라, 하지만 살아가는 주체인 인간들의 정취가 풍기는 인간의 땅. 신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땅. 자기를 찾기 위해 떠나는 곳으로 적합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고진하는 자신과 믿는 신이 다르다고 다른 종교를 배타하는 일 없이 신의 이름은 달라도 근본적인 것은 하나라는 것을 계속해서 일러준다이름에 집착하지 않는 순간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밖에서 느껴지는 행복을 찾아 헤메이기 보다도 자신의 내면 안에 들어 있는 신을 찾는 수행자들이 가득한 인도에서는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더욱 정신적인 여유로움을 지니게 된 인도 사람들. 어떤 것에 집착하는 순간 그 형체는 흐려지고 집착만 남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집착을 위한 집착 말이다. 나의 영혼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미련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내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이름과 가지고 있는 겉모습에 대한 집착을 훌훌 털어 버리고 마음을 비워 놓은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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