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상
차오원쉬엔 지음, 김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비 - 차오원쉬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어쩌면 일본보다도 가까운 나라지 싶다. 그런데도 그네 나라의 문학은

접해본것이 별로 없다. 중국문학 하면 대표적인 삼국지, 그 외에 무협소설 뿐. 그 외에 다른 문학

은 생각해본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많은 국민을 둔 광활한 나라 중국에서 문학이 차지하

는 위치 또한 엄청 클텐데도 난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다 얼마전에 홍루몽을 읽으면서

중국문학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우리 문학과는 유교적인 사상면에서 비슷한 것 같

으면서도 아주 많이 다른.

 

여기 비라는 작품이 그렇다. 어떤 느낌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작품전체에 깔

려 있고 또한 작품을 읽는 내내 내 주위에 그 묘한 느낌이 도사리고 있어 순간에라도 나를 삼킬듯

한 생각이 들어 묘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주는 것처럼 처음부터 마지막장까지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없다. 98%이상이 비 속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사실 비를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는것보다 맞는 것이 더 싫다. 칙칙하고 끈적끈적하고,,
비 속의 유마지는, 유마지의 사람들은 비 속에서 태어나 비 속에서 살다가 비 속에서 떠난다. 비

와 함께 하는 것이 그대로 삶인 그들. 유마지의 비는 그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비는 늘 그 모습이

다른데 각각의 빗속에서 사람들의 행동이나 모습이 비의 모습을 닮아 있어 섬뜩하고 무서운 기분

이 들기도 했다. 관뚜껑을 타고 흘러온 두원조와 그의 아버지가 유마지에 닿아 연을 맺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두원조의 어린시절을 볼 수 있는데 무언가 확실하지 않은 모습에 희미

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두원조와 평생에 연을 맺는 정채근과 구자동. 그들의 관계는

정확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관계여서 가슴 한쪽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두원조가 구자동을 유

마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복수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두원조와 채근이 이루어

지지 못하고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았다가 세월이 흘러 육체의 관계로 남는 것이 또 안타깝고 답답

했고 유마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았던 구자동으로 인해 그의 세력을 다 잃고 채근도 잃고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되고 유마지로 흘러왔을 때처럼 관속에서 유마지를 흘러가는 두원조가 안타깝고 불쌍

하다.

 

중국에서 혁명으로 인해 공산화가 진행되면서 채근의 집안이 망할 때는 사람들의 악함이 이렇게도

드러날 수 있구나, 혼자는 나서지 못하는 악도 무리가 되어서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악의 발톱을

드러내는 것이 거리낌없어지는구나,,느낄때는 사람이라는게 무언가, 헛헛하고 서글프고 허전해서

한동안 책에서 눈을 떼고 있을 수 밖에 없기도 했다. 지주의 자식과 벌거벗은채로 놀러다녔다고

해서 쫓겨나 마을 구석에서 살며 말더듬이로 자신의 기도 살리지 못한채 그런 하잘것 없는 인생을

살 수 밖에 없었을 두원조에게는 사상의 변화로 생기는 생활의 변화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을 듯

. 그 모든 생각과 한을 철저히 삼키고 감추고 성장해 유마지의 서기로서 모든 억울함과 서러움을

털어냈을 듯하다고 나는 느꼈는데 과연 두원조 자신은 그렇게 자신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행복했

을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그는 행복했을까.

 

두원조를 떠내려가게 했던 그 비가 그치면 아마 유마지의 사람들은 금새 또 두원조를 잊고 자신들

의 유마지를 복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정신없이 일하겠지. 그렇게 사람이 나고 잊혀지는 것

이 한순간이구나 싶은 때는 인생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겠어서 가슴 답답하고 슬퍼진다. 흥

겹고 기분 좋은 순간보다 안타깝고 슬펐던 느낌이 많이 나는 책이었다. 앞으로 한동안은 빗속에서

슬픈 책은 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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