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편견 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역사상 가장 파란을 일으킨 책 중 하나라고 누구나 뽑을 “공산당 선언”이다. 가장 최근에 번역된 버전을 구매했는데 상당히 얇다. 구성도 공산당 선언만 넣기에는 너무 내용이 적다고 생각했는지 공산주의 원칙, 서문들, 그리고 해제까지 첨부했다. 공산당 선언 자체는 상당히 명문이라 할만하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같은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보았을 명문들이 많이 나온다. “공산주의 원칙”은 아무래도 사회과학적인 내용이다 보니 읽기가 지루했다. 해제를 넣어준 것은 좋았던 거 같다. 읽은 것을 다시 정리해 볼 수 있었다.공산주의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결단코 객관적이지 않다. 사실 편견이 많은 편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주의에 대한 진지한 사유보다는 “공산당 선언”에서 직관적으로 느낀 감상 위주로 글을 적고자 한다. “지상낙원을 만들려는 노력이 항상 지상지옥을 만들어왔다.” 하이에크가 “노예의 길”에서 공산주의와 파시즘과 같은 극단적인 사상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저걸 7~8년 전쯤에 읽었는데 그때와 지금 똑같이 전적으로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생각이다. 뭐 우리네 인생에 저걸 적용할 만큼의 권력이 주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국가나 사회만큼 큰 수준이 아니더라도 회사, 가정에서도 충분히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면 파국에 이르고 만다.마르크스가 주장한 내용 중 지금 사회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항도 많은 거 같다. 가령 복지제도 같은 경우는 오히려 마르크스가 생각한 것보다 더 진보되었다고 여겨진다. 혁명 주체를 의식이 없는 프롤레타리아로 설정한 것도 흥미로웠다. 나 같으면 잘 교육된 엘리트층을 떠올렸을 거 같아 프롤레타리아가 왜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의 논리 방향이 재밌었다. 마르크스 자신은 나름 예언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대부분 틀렸다. 공산혁명이 러시아에서 일어났다는 것부터 마르크스의 이론과는 맞지 않았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꼬여서인가 세계의 절반을 가지고 한 공산주의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고 공산주의는 현대에 와서 무서운 유령이 아니라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가 어찌 알 수나 있을까 우스꽝스러운 망령이 다시 무서운 괴물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