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3
B. 파스칼 지음, 이환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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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니체의 저작을 다시 읽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의 원전들이 상당히 아포리즘의 형식을 가지기 때문에 예열 차원에서 아포리즘 부류의 책을 읽어보고자 하였고 나름의 명성이 있는 파스칼의 “팡세”를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은 파스칼이 책으로 낸 것이 아니라 파스칼이 “기독교 호교론”이라는 책을 준비하면서 남긴 여러 단문을 사후에 재구성하여 책으로 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앞에 언급했듯이 아포리즘의 형식이라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읽기가 어려울 거 같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대단한 저작은 아니었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전 자체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깔끔하지 않고 듬성듬성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읽기에 퍽 불편하였다. 물론 전체적인 구성이나 논리 방향은 읽을 만 했던 거 같다. 파스칼이 더 오래 살아서 본인이 책을 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살면서 익숙히 들어왔던 명언들이 “팡세”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특히나 인간 본성에 대해서 날카롭게 분석하여 압축한 거 같아서 그런 부류의 잠언을 읽을 때면 경이감을 느끼기도 했다. 인간의 비참함을 너무 할 정도로 논박하는데 인간의 비참에서 인간의 위대가 나온다는 역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종종 자신의 비참함을 알고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아예 모르고 사는 것이 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참의 필요성과 비참을 알아야 비참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자신의 비참을 모르고 신을 아는 것은 오만을 낳는다. 신을 모르고 자신의 비참을 아는 것은 절망을 낳는다.”

이 구절이 “팡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인 거 같다. 인생에서도 신과 비참, 오만과 절망 그 둘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파스칼을 단순히 수학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 같다. 이 책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 책은 아닌 거 같지만 인간 파스칼의 치열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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