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장편소설인 안나 카레니나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소설을 고르라면 이 작품을 고를 것이고 읽으면서 가장 큰 울림을 받은 소설을 고르라고 해도 역시 이 작품을 고를 것이다. 그 유명한 기차 자살과 이어지는 레빈의 확신 파트를 읽으면서 받았던 울림은 과연 그런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울림이 컸다. 이 책을 처음 읽은지도 벌써 7년 전이다. 아마 당시에도 읽고 나서 감상을 남긴 거 같은데 세월이 퍽 흘렀으니 다시 감상을 써보고 싶어서 책을 다시 들게 되었다.7년 전에 나는 “이상”이라는 작가에 퍽 심취해있었다. 이상의 시나 소설은 죄다 읽고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은 헌책방에서 웃돈을 주고 사기도 했었다. 그 당시 나와 가까웠던 친구들은 아직도 이상을 보면 네가 좋아했던 그 이상이라고 수식어를 붙일 정도이니 나의 이상 사랑은 대단했다. 이상은 톨스토이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고 이상의 첫 소설인 “12월 12일”은 톨스토이의 소설인 안나 카레니나의 영향을 대놓고 받았다. 서론이 길었지만 7년 전 내가 안나 카레니나를 읽게 된 이유이다.안나 카레니나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안나와 레빈이 주인공이다. 읽으면서 아무래도 공감이 가고 더 재미나게 읽었던 파트는 레빈이었다. 안나의 불륜 행각과 그로 인한 가정파탄 등은 내가 공감하기에는 힘든 면모가 있었고 그에 반해 레빈은 젊은 남성으로 사회 구조에 대한 고민과 키티와의 사랑이 내용이 주를 이루므로 아무래도 더 재밌고, 공감해가면서 읽은 거 같다. 그래도 이 소설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 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울림이 컸던 장면은 오히려 안나 파트였던 거 같다.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나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문장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이 불륜으로 인한 가정파탄을 주제로 하고 있다고 쉽게 오해를 하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불륜은 죄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고 주제는 우리가 그 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이다. 이 소설의 절정인 안나의 기차 자살 장면에서 안나는 순간적으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용서해달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그냥 이렇게만 들으면 불륜 행위를 한 것을 용서해달라는 것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설의 심리묘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본인 죄를 본인이 심판하려고 삶을 버린, 죄에 대한 생각에 결국 먹혀서 그런 멍청한 행동을 한 것을 깨닫고 용서를 빈 것이다. 그 장면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안나는 결국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것으로 생각하여 한없이 슬퍼지기도 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레빈의 삶에 대한 확신 파트는 마지막으로 희망을 주려고 적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 부분에서 많은 감동을 하고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안나든 레빈이든 각자의 구원이 있다고 본다. 안나가 절망 속에 죽었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 와서 외친 외마디 용서, 그 안에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계속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일종의 구원이 아닐까?레빈은 마지막에 삶에 대한 확신을 갖고 결국 신에 대한 확신을 한다. 그 부분도 무척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이기에 이 책을 처음 읽을 당시에 나는 나도 곧 레빈처럼 그런 확신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사실 그때보다 확신은 줄어들고 회의와 허무가 커진 것 같다. 아직 먼 것이라고 위안으로 삼으려 한다. 개인적으로 “안나 카레니나”의 주제를 함축한 “안나 카레니나”의 한 문장을 소개하고 마무리 지으려 한다. “원수 갚는 일은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