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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큰 나무 아파트에 가을 소리가 들려와요 - 동물 아파트의 사계절 이야기 6 ㅣ 아이세움 그림책
부시카 에쓰코 지음, 스에자키 시게키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6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보자마자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책
표지만 봐도 괜히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고,
어디선가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그림책이에요.
오랜만에 만나는 「10층 큰나무 아파트」 시리즈의 신간,
[10층 큰나무 아파트에 가을 소리가 들려와요]를 읽어봤어요.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 이웃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왔던 전작의 매력은 그대로이고,
이번에도 특유의 아늑함과 소소한 행복,
그리고 서로를 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더라구요.
무엇보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아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라 더 좋았어요.
어느 날 아침,
큰나무 아파트 관리인 두더지 두리는 뒷마당에서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커다란 신발 한 짝을 발견해요.
그런데 신발 안에서
“귀뚜루루루~"
고운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살며시 다가가 들여다보니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과 함께
화들짝 놀라 몸을 숨기는 귀뚜라미 둘이 살고 있었어요.
귀뚤귀뚤, 귀뚜루루루.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큰나무 아파트 주민들은 신기해하거나 낯설어하기보다
그저 마음으로 새 이웃의 안부를 묻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줘요.
이 모습이 참 좋더라구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모습이어도
마음을 나누는 데 꼭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새 이웃을 위한 주민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너무 따뜻해요.
원숭이 목수는 신발 집이 비에 젖지 않도록
빨간 지붕을 달아주고요.
이 빨간 지붕이 어찌나 든든하던지...ㅎㅎ
보는 제가 다 마음이 놓이더라구요.
다람쥐 요리사는 수박을 가져와 함께 나눠 먹고,
토끼 간호사는 출근길마다 귀뚜라미들에게 인사를 건네요.
그리고 새 이웃이 그저 좋은 꼬마 어치들은
매일매일 신발 집 주변에서 놀아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반가움을 전하고 정을 나누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귀뚜라미들은 낮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하지만 밤이 되면 신발 집에 환하게 불이 켜지고
어디선가 귀뚜루루~ 귀뚜루루~
귀뚜라미의 노랫소리가 들려와요.
맨 아래층에 사는 두리도,
10층 꼭대기층에 사는 하늘다람쥐 할아버지도
그 소리를 들으며 밤마다 달게 잠이 들어요.
이 장면이 저는 참 좋았어요.
가을밤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처럼
크고 특별한 사건은 아니지만
그저 곁에 있는 작은 존재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그런 소소하지만 확실한 따뜻함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귀뚜라미의 집이 사라져버려요.
어라?
신발 집이라서 뚜벅뚜벅 걸어온 건가?
그럼 뚜벅뚜벅 다시 사라질 수도 있는 건가?
아이랑 읽으면서
“어디로 간 걸까?”
“왜 갑자기 없어졌을까?”
궁금증이 폭발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더라구요.
사실 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
“아, 가을이 왔구나.” 싶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그 소리를 들으면
괜히 잠도 잘 오는 것 같고요.ㅎㅎ
저 어릴 때는 귀뚜라미 소리가 정말 엄청나게 많이 들렸거든요.
예전에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분명 친구 집인데도 귀뚜라미 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뭐지? 여기서 왜 귀뚜라미 소리가 나지?”
했는데 아무리 있어도 소리가 멀어지지 않아서
어린 마음에 꽤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ㅋ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한테 그 이야기도 해줬어요.
그랬더니 그 뒤로 아이가 길을 걸을 때도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라구요.
“엄마, 이건 무슨 소리지?” 하면서요.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작은 소리인데
이제는 잠깐 멈춰서 들어보기도 해요.
아마 책 속 귀뚜라미들의 소리를 함께 따라가면서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1~2학년 통합교과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 변화와 주변 생활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런 따뜻한 그림책으로
계절의 변화와 자연, 그리고 이웃의 모습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단순히
“가을에는 귀뚜라미가 울어요.”
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어떻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지,
서로에게 어떤 배려를 건넬 수 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아이에게 인성이나 공동체의 가치를
“이렇게 해야 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동물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귀뚤귀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작은 생명의 소리만으로도
괜히 든든해지는 밤.
읽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고,
“나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그림책이에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반가움을 전하고,
작은 집 하나를 만들어주고,
먹을 것을 나누고,
매일 인사를 건네는 큰나무 아파트 주민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거창한 도움이나 대단한 친절이 아니라
누군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바라봐 주는 것.
작은 생명에게도,
새로 만난 이웃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것.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몽글몽글하더라구요.
가을의 소리와 이웃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그림책.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함께 읽기 좋고,
계절 그림책이나 인성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10층 큰나무 아파트에 가을 소리가 들려와요》예요.
무엇보다 아이와 책을 읽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멈춰서
“우리 주변에는 어떤 소리가 들리지?”
하고 귀 기울여보는 것도 꼭 해보세요.
책 한 권이 아이의 시선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는 순간이
참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