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여자는 평생 다이어트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자에게는 매력적인 몸, 외적인 요소를 가꾸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나 또한 물론 살을 빼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다이어트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내 옷 스타일이 좋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평생의 고민거리일 테고, 그와 관련된 소설책은 처음 접했기 때문에 호기심이 일었다. 특히 "단 하루라도 존중받는 몸으로 살고 싶다"는 소개문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기에 기대가 컸다.

이 책은 체중 감량을 위해 모이는 곳, <유리 단식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그러다 어느 날 단식원에서 성공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단식 코치'로써 일하고 있는 봉희의 팀원 '운남'이 사라진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위해 꼭 찾아야만 하는 '운남'을 찾다가도, 과연 '단식을 통해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다'는 말이 진실인지 고민하며 단식원에 대한 의심을 키워간다.

본인의 능력이 체형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당연하다. 뚱뚱하다고 해서 나를 비난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살찐 몸을 가지면 위축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뚱뚱함을 개그로 승화하는 개그맨들도 있지만, 사실 일반인들에게 뚱뚱하다는 건 대개 컴플렉스가 아닐까. [살찐 몸은 마치 낮은 신분과도 같았다] 라는 문장을 읽고 공감이 많이 됐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은 것을 주저하고, 포기했던가.

채식 동아리 홍보 축제 무대에서, 뚱뚱한 강미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회자의 말을 웃음으로 소비하는 장면이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속상했다. 이에 대해 불편함을 느껴야하지 않을까.

뚱뚱한 체형의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웃음거리로 삼는 이 사회에 사는 내가 과연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됐다. 일단 확실히 얻은 건 '분노'였다. 왜 뚱뚱하다고 해서 위축되어야 하지? 왜 체중을 감량해야 하지? 내 인생이고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내가 선택한 몸인데.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면 당연히 나의 몸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 사실 이렇게 당연한 생각을 늘어놓고는 있지만 정작 나도 내 몸을 존중하고 있는가, 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바로 내리지 못할 거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먼저 나를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정상 체중이지만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괴이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이어트를 한 번이라도 해봤던 사람이라면 공감가는 대목이 많으리라.

스토리 진행이 루즈하다가 갑자기 급하게 결론이 난 거 같아서 그런 점은 아쉬웠지만, 술술 읽혀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또한 등장인물이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게 좋았고 마지막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봉희가 스스로 결말을 마무리짓는 게 좋았다.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었다!

단식원의 모습을 그려냈지만 그게 곧 사회의 모습이지 않을까. 현실적인 장면도 많이 등장해 공감이 많이 됐던 책이었고, 두번 다시 운남이같은 희생이 없기를 바란다.

삶의 끝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할 것 같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그 말이 제일 인상깊었던 책.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