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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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그는 누가인가 희망? 기대? 우리가 붙잡고 싶은 꿈? 오늘처럼 어제도 내일도 반복되는 기다림, 죽음으로 끝나기 전에 우리는 이 지루하고 부조리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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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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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의 오랜꿈은 출판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책을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책은 데뷔소설이자 유작이 되어버렸다. 책을 쓰면서 건강이 악화된 매리 앤 새퍼는 조카 애니 배로스에게 마무리를 요청하였으나 책의 출간을 보지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은 재기넘치고 발랄한 32세 여주인공과 더불어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감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작가의 나이 40대 중반에 우연히 찾은 건지섬이 책의 모티브가 되었고, 실제 집필하기 시작한것은 그로부터 20년 이후인 60대 중반 이었다니 새퍼 할머니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게다가 편지를 모아 책으로 엮는다는 발상이 매우 기발하다.

 

 

   이야기는 영국 채널 제도의 건지섬에 사는 '도시 애덤스'의 용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찰스램의 책을 더 구해보고 싶어서 중고책(찰스램수필선집) 표지에 적힌 책의 옛주인에게 편지를 쓴다. 수신자 줄리엣 역시 찰스램의 열렬팬이었으므로 기뻐하며 그를 도와주게된다. 작가인 그녀는 도시를 통해 건지섬에 대해 알게되고 그가 소개한 2차대전중 창단된 감자껍질문학회에 대해 칼럼을 쓰게된다. 그 과정에 다른 회원들과 다수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점차 친밀해져간다.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기지와 용기가 뛰어났던 엘리자베스의 희생적인 삶이 있었고 건지섬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된다. 그녀는 결국 건지섬에 직접 가서 그곳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엘리자베스의 남겨진 딸을 돌보며 책을 쓰게 된다. 아름다운 건지 섬에서의 일상은 줄리엣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과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다.

 

 

   저자의 바램대로 이 책을 통해 전쟁의 아픔속에서 서로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지켜냈던 많은 이들을 위로받기를 바란다. 또한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이 만들어버린 어떤 장벽도 초월한다는 저자의 민음에 깊이 공감한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내는 최선의 방법은 유머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열악한 전시에도 열정을 불태울 대상을 찾아 슬픔을 잊는다. 자신보다 더 비참한 이들을 희망으로 돌보는 용감한 엘리자베스를 비롯하여 건지섬 사람들이 들려주는 전쟁의 기억은 몹시 슬프고 감동적이다. 독자는 편지를 읽은 후 줄리엣처럼 독일군 점령기의 채널제도에 대해 자료를 찾게 되고 이 다음엔 건지섬에서 또 누가 편지를 보내올까 궁금해진다.

 

   감자껍질문학회 회원들은 개인의 경험과 성향에 따라 다양한 책을 선택하고 함께 독서를 해오고 있다. 세네카를 통해 비참한 주정뱅이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존 부커이야기처럼 책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편지로 생생히 들려준다. 그렇게 찰스 램,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찰스 디킨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만나게 된다

 

   이책에는 줄리엣과 수많은 사람들의 편지들이 시간순으로 소개되어 있다. 북클럽, 출판사, 친구, 사랑, 전쟁이야기 등이 어찌 보면 마구 뒤섞여 있다. 그러나 시간순이므로 독자가 사건들의 전후 관계를 스스로 붙들어 쥐고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편지글이 주는 송수신자의 성향이나 문체를 섬세하게 살펴본다면 읽는 재미가 더해질 수 있다. 줄리엣이 친구 소피아와 주고받는 편지는 사랑, , 가족을 향한 보편적인 감성을 담고 있기에 요즘 젊은 세대가 읽더라도 충분히 공감된다. 책 후반의 줄리엣을 초반의 캐릭터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중반부터인데 소개되는 편지부터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긴장감과 몰입도가 높아진다. 이와 병행해 줄리엣의 사랑찾기도 지속되기에 이책이 연애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책을 읽다보면 인생을 아름다워라는 전쟁영화가 떠오른다. 유머와 긍정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전쟁이미지가 품는 피로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줄리엣은 전쟁중에 잡지와 신문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독자를 웃게하는 논조로 많은 인기를 얻지만 가볍고 경박하다며 공격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디어들은 그녀의 논조처럼 전쟁을 다루면서도 유쾌한 이야기’, ‘유머 감각과 인간애를 지키며 전쟁을 견뎌내는라는 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작품속으로 ...........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p20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p22

 

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요(사랑에 빠졌다는 생각, 이게 바로 비극이에요). -p42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는 이유로 이 일에 대해 뭔가 조언해줄 필요는 없어요. 정말이에요. 사실은, 그냥 아무 말 않고 넘어가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p45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내는 최선의 방법은 유머’ -p56


내게는 숲과 계곡을 향한 열정이 없어. 내가 태어난 방, 평생 내 눈앞에 놓인 가구, 충직한 개처럼 어디든 나를 따라다니는 책꽃이와 낡은 의자, 오래된 거리, 햇볕을 쬐던 광장, 예전에 다닌 학교……. 이래도 자네의 이 없다고 해서 내게 열정을 불태울 대상이 부족해 보이는가? 나는 자네가 부럽지 않아. 오히려 가엾게 여기지. ‘마음만 있다면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정년 몰랐단 말인가.‘ -p179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너지를 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p180

 

사실 독일군 병사들 역시 처참한 지경이었습니다. 밭에서 먹을 걸 훔치고 주민들 집 문을 두드리며 음식 찌꺼기를 구걸했지요. 하루는 어떤 병사가 고양이를 잡아 .........(생략)....참으로, 참으로 서글픈 장면이었어요. 그걸 보며 욕지지가 솟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 히틀러의 제3제국이저기 있네. 외식중이군.” 그러자웃음이 터져 나왔고, 이내 죽을 듯이 웃어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만 당시에는 그렇게 되더군요. -p228 

 

세네카가 이런 말을 했지요.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p233 

 

매일 밤 우리는 뜬눈으로 누워서 연합군 탱크가 수용소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소리를 기다렸어요. 내일이면 자유의 몸이 되리라 속삭이면서. 우리가 죽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아요.“ -p339

 

" 그런 용기가 없는 편이 엘리자베스에겐 더 나았을 텐데.“ 그래요 하지만 우리모두에겐 더 나쁜 일이었겠죠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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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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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칠레 국민시인 네루다를 만나게 되고,  그가 사랑하는 그를 사랑하는 소박한 칠레 민중들의 삶속에서 시와 진심이 어떻게  어우러져 감동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

 

   우편배달부가 되기 전의 마리오 히메네스는 칠레의 작고 아름다운 포구마을의 그저 게으른 청년이었다. 마리오는 시인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가져다주면서 메타포를 배우고 시의 아름다움을 알게된다. 가업을 이어받아 어부로 살기 싫어했기에 마리오가 시인에게 보이는 흥미는 매우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그저 평범하지 않다. 네루다를 사랑했던 칠레의 민중의 모습들이 마리오의 변화되어가는 삶에 투영 되어 있다고 본다.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선생님은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세상을 달리 보는 시적 관점을 깨닫고 나서 청년은 말 문이 열린다. 아름다운 베아트리스를 사랑하게 된 후부터는 자신의 감성을 시와 연결하는 놀라운 발전을 이룬다. 네루다의 시를 암송하여 구애를 하더니 급기야 시인의 도움을 얻어 사랑을 성공시키고자 한다. 시인은 그러한 마리오의 뻔뻔스러움을 지적하며 쉽게 나서주지 않는다. 그에 맞서는 당돌한 마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마리오

 

그말은 네루다의 생각과 같았다. 그 외에도 네루다의 시를 인용하여 반박한다. 그래서 행동하는 지식인 네루다가 나태하고 어리석고 귀찮은 마리오를 돕게 된다. 실제 네루다가 자연과 민중을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소설속 네루다의 이미지는 친절하고 유쾌하다. “뚜쟁이 네루다라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이슬라 네그라의 민중들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고통받으며 투쟁하고, 사랑하며 노래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세상에 나누어주는 것이 내 몫이었다. 빵도 맛보고 피도 맛보았다. 시인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눈물에서 입맞춤에 이르기까지, 고독에서 민중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시 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에서)

 

오늘날 우리 시대에 마리오처럼 시를 통해 구애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리라. 하지만 음유시인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싱어송라이터들이 메타포 가득한 가사를 감미로운 멜로디로 감아 프로포즈한다면 말이다. 시로 교감하여 커플이 된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를 결합시킬때 작가는 다소 자극적이라고 느껴지는 성적묘사를 사용하였다. 정렬적인 남미라지만 소년소녀의 애욕 넘치는 사랑 행위를 담기위해 억지와 과장이 넘쳐보인다. 그러나 한편 무지하고 상스럽고 익살스러운 장면들과 더불어 순수하고 치열한 순간순간을 사는  민초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대장에게 잔소리하는 조르바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여주인공의 어머니는 속담을 인용하여 메타포에 응수한다. 남녀주인공은 물론이고 시인 네루다 마저 이 과부의 말상대가 되지 못한다.

 

난다고 하든 번진다고 하든 그게 그거야 왠지 알아? 말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야. 허공에서 사라지는 불꽃놀이일 뿐이라고” -과부

과부가 속담 포병대를 이끌고 메타포 전쟁에 임하기로 한 것 같아 정말 두렵군.” -네루다

 

  과부의 상스러운 말과 행동은 여러 등장인물들을 긴장하게 하지만 독자에게는 웃음을 준다. 작가는 그녀를 실용주의자라 표현하였다. 과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상생을 위한 변화를 수용한다. 정치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그녀의 선택은 유연하다우편배달부 네루다에서 가장 매력있는 인물은 과부가 아닐까. 그녀는 지루하거나 무거워질수 있는 장면들에 활력과 즐거움을 배달한다네루다가 보내온 편지와 소포를 매우 진중하고 정성스레  개봉하는 마리오를 당황시키는 장면에서 더욱 그렇다이 소설은 네루다를 향한 작가의 오마주이고 존경심을 표현한 메타포라고 생각한다그래서 네루다의 편지를 대하는 장면을 읽을때, 감격스럽고 떨리는 마음이었는데 과부와 주변인물들을 해학가득하게 배치시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편지를 개미 같은 인내심으로, 또 개미같이 가벼운 행보로 뜯어나갔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눈가에 들이대고, 아주 하찮은 부호 하나라도 바뜨릴 세라 한 음절 한 음절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 --리 마--오 히---. 과부가 한 손으로 편지를 낚아채더니 숨도 쉬지 않고 무미건조한 억양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p.103)

 

   네루다를 만난 후 마리오의 삶은 진격의 변화를 거친다. 시를 처음 접했을 때 마리오는 자신의 내면의 영혼을 알아채고 원하는것을 말할 수 있게 되며 감성을 깨운다. 그러다 점차 자신의 시를 쓰면서 정치적 행동 또한 적극적으로 변한다마리오는 사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더이상 게으르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경제 공황, 피노체트 쿠데타, 대통령 아옌데 죽음과 같은 칠레의 격변속에서 네루다의 선택은 위협받는다. 그는 결국 우정과 신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만치 위험해진다.

소설에서는 부드럽고 감각적인 언어가 특징이라는 네루다의 시가 자주 인용된다. 진중한 시보다는 가볍고 자연과 민중들이 쉽게 따라 암송할 수 있는 시들이다. 정치적 상황묘사와 관련 시들이 나올때는 우리나라의 70~80년대 시인들을 살짝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매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 있다. 시인 네루다는 칠레의 작은 포구마을 이슬라 네그라를 떠나 있는동안 그곳의 아름다움과 삶을 그리워 한다. 마리오는 그런 그를 위해 그 곳 소리들을 하나하나 채집하게 된다. 이 부분을 상상하며 읽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영화보다 책을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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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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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국민시인 네루다가 사랑하는 소박한 칠레 민중들의 삶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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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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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를 낳고 부터 그동안 공들였던 행복이 무너진다. 지금까지 행복한 삶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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