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시작 민음사 모던 클래식 37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이 기억하는 삶

-존 맥그리거, <너무나 많은 시작>

 

  삶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 여기 삶을 기억하고 싶은 한 남자가 있다. 데이비드가 삶을 기억하는 방법은 사진을 찍거나 일기를 쓰는 것 외에 기억해야할 사건과 관계된 모든 물건을 수집한다. 자신의 삶을 하나의 박물관으로 만들려는 듯 그는 삶의 단편들을 모은다. 그가 자신의 박물관을 만들려는 까닭은 그의 어머니 때문이다. 그는 전쟁 중에 버려진 고아였고,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그를 데려다 키우게 된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자신의 어머니가 친모가 아님을 알고 그는 생모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그가 모은 물건들에는 각각의 사건들이 담겨있다. 소설은 이 물건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데이비드는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낳아 50세가 훌쩍 넘어간다. 데이비드는 컴퓨터를 사고 사람찾기 사이트를 통해 어머니와 만나게 된다. 그는 준비된 모든 것, 자신의 탄생부터 지금까지를 담은 자신의 박물관을 가져간다. 하지만 그가 만난 사람은 진짜 어머니가 아니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그가 어머니 인줄 알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둘은 본능적으로 서로가 자신의 핏줄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진실을 말해 버리면 그들이 기다려왔던 이 순간이 너무나 비참해지기 때문에 둘은 침묵한다. 그리고 진짜 어머니와 자식처럼 이별한다.

  데이비드는 마지막에 허무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간다. 그가 느낀 허무함은 자신의 진짜 어머니를 찾지 못한데 있다. 그리고 수집한 물건들만으로 온전히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보여줄 수 없다는 허무가 몰려오지 않았을까. 삶은 몇 가지 물건 만으로 기억될 수 없다. 물건을 보며 추억하며 돌아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당시의 감정과 지금까지의 삶을 그대로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을 기억하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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