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위조 사건 -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
래니 샐리스베리.앨리 수조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미술품 관련 사건사고가 뉴스의 한자락을 장식하기 시작한 게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있을 즈음 우연찮게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중 하나인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미술품 시장의 세계최고가 기록을 갱신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절규>가 1억1992만 2500달러(약 1354억)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임에도 고작 12분에 걸친 응수끝에 낙찰이 결정됐다고 한다.

억소리가 절로 나는 이야기 !!!

(참고로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근 10년간 1억 달러 이상에 낙찰된 작품이 4점이나 탄생했는데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 이어 2위는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으로 1억 650만 달러, 3위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으로 1억 432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한다. 4위는 1억 41만 달러에 팔린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라고 한다.)

이렇게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믿지 못할 일이 왕왕 발생하는데 미술품에 대한 환상과 탐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이 빨리 읽고싶어졌다.

20세기 말 인터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범죄 활동으로 미술 범죄를 꼽았을 정도라니 더 기대될 수 밖에 ~

 

이 책 <미술품 위조 사건>은 가난한 화가 존 마이어트를 이용해 미술품 위조 사기 행각을 벌인 영국의 존 드류의 이야기를 담은 범죄 심리극으로 존 드류를 통해 미술계의 실태뿐만 아니라 사기꾼과 공범, 피해자들의 심리를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20세기 미술계에서 벌어진 최고의 사기극을 속도감있게 파헤친 범죄 논픽션!!

1990년대 초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새로운 투자의 대상을 찾기 시작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것은 바로 미술품이다. 매매차익에 의한 수익뿐 아니라 문화인, 교양인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미술품 수집에 많은 투자가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인데 과거 다른 부자들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대한 저택, 개인 전용의 화려한 요트나 헬리콥터 등을 구매했다면 자신의 부를 좀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미술에 세계의 부호들이 사회적 인증을 시작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된 듯~

그렇기에 온통 거짓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존 드류라는 뛰어난 사기꾼이 번듯한 차림새와 뛰어난 말솜씨로 사람들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순서인지도 모를일이다.

작가가 유명세를 탈수록 위작이 생기는 것은 다 돈 때문이지만 이것 또한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게 아니겠는가.

(악플도 관심의 일종이라며 무플보다는 낫다며 즐기라고 할때의 멘트와 비슷한 느낌;;)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를 아이러니한 상황들.

 

미술작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 작품의 과거 소장내력이나 소장인이 누구인가 하는 그림의 계보에 의해서도 좌우되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랍기만 하다. 실제 드류 역시 기록 문서 분류 자금으로 3만 파운드를 기부하고서 언제든지 데이트 기록보관실에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기록들을 바꿔치기하고 진짜 역사와 자신이 만든 가짜 역사를 교대로 심어 '재구성된' 연대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의 사기극 또한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니~

이런 헛점이 없었다면 어찌 존 드류같은 사기꾼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겠는가 @@

 

셜리는 키팅이나 마이어트와 같은 위조범들이 미술계의 건강한 요소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중개업자들과 미술사학자들의 미술품으로서 승인하고 판매하기로 결정한 작품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위조범들은 - 마치 정치적 과격분자들처럼 - 눈엣가시임과 동시에 필요한 존재였다. <p.327>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한 사건이 뭐 있겠는가만은 재미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좀 힘들게 읽었는데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다소 딱딱한 탓인 듯 ~

픽션으로 쭉쭉 이어지다 마지막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논픽션이라고 빵 터트렸으면 더 극적인 효과가 있지 않았겠나 싶은데 ~ 논픽션을 픽션으로 옮기는 작업 역시 만만치않겠지 ??

픽션도 아니고 논픽션도 아닌 중간 단계 비슷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잘 나가다가도 사람들의 고발에 대한 증언(?)에 덕에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자꾸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힘들었던 듯.

존 드류의 10년간의 '사기극'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면서 애초 자신들이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작가님들의 노고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쉽게 읽어버린 나.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를 백배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평소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과 '예술가의 세계', 그들과 관계되는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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