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로부터 책을 전달받은 후 뛸 듯이 기뻤다.

너무 좋아하는 시인, 존 던의 작품을 다룬 책이었다.

설레임을 가득 안고 시작한 책이다.



책의 표지는 이렇다.

'한밤을 걷는'이라는 글자는 검은색으로, '기도'라는 글자는 하얀색으로 되어있는데,

존 던(을 포함한 모든 인류)이 삶의 모든 고난과 고통을 겪은 후에

부활의 기쁨에 참여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표지는 언덕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있는데,

'언덕'이 주는 이미지가 그러하듯

인생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책의 내용과 잔잔하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영문 제목은 <A companion in crisis>인데,

직역해보자면, '위기 속의 동반자'이다.

왜 한글 제목은 '위기 속의 동반자'가 아닌 '한밤을 걷는 기도'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위기 속의 동반자'보다는 '한밤을 걷는 기도'가 조금 더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의 앞 날개에는 빨간색 글씨로

"인간은 아무도 섬이 아니다" 라고 젹혀있다.

마음이 요동치는 문장이다.

이 문장이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치게 해주었다.



책의 뒷표지는 이렇다.

코로나 판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호기심에라도 집어들게 만드는 것 같다,

건강한 상태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조심하는 나에게는

그다지 호소력있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하나님을 대면해야 할 때!'라는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냥 하나님과 관련된 것이라면 좋은 것일수도 있다.




목차는 이러하다.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있다.


I. 뜻밖의 시련이 삶을 멈춰 세울 때

- 시대적 깊은 밤, 존 던을 만나다-

II. 환난 날, 전능자와 벌이는 씨름 한판

-필립 얀시가 풀어 쓴 '존던의 기도 일기'-

III. 실의와 낙담을 딛고 모든 순간, 하나님 보좌 앞으로

- 오늘, 우리의 자리를 찾다-


존 던의 작품은 part 2에 나와있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일차적으로 필립 얀시의 해석을 통해,

그 후에 옮긴 이의 번역을 통해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 대해서 음미하긴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풀어 쓴 내용이다 보니, 시를 감상할 때의 느낌과는 다르다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풀어쓴 만큼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웠다.


존 던의 작품은 풀어썼음에도 불구하고

그 표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필립 얀시와 옮긴 이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이기도 하다.


건강한 나는 아픈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병 중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해주기 어려울 때가 있다.

병과 씨름의 현장을 보며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절감했다.

그리고 그 인간이 얼마나 외로운지, 그리고 괴로운지도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미세한 바람 하나에도 흔들리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하나님의 진노의 숨결에 금세 증발해버리는 것이 인간의 삶인 것이다.


존 던의 기도문을 읽어나가며

침대에 누워 기도문을 쓰는 존 던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침대에 누워있는 것밖에 없었던 그는

마치 야곱이 천사와 씨름할 때처럼

고독 속에서 하나님과 씨름했다.


존 던이 이웃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듯,

나도 존 던의 고통을 통해

나의 죽음을 생각한다.


사람이 얼마나 죽음에 대해 무감한가.

어떤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오늘'이 달라지는 것인데.


"죽음아 뽐내지 마라, 어떤 이들은 너를 강하고 두렵다 했으나, 너는 그렇지 못하니

한숨 자고 나면, 우리는 여우언히 깨어나 더 이상 죽음은 없으리라, 죽음아 네가 죽으리라."



죽음의 문턱에서

존 던이 표현한 죽음은 참 인상적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산 소망이 계시기에,

죽음이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무서워하지 않는 다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두려울지언정 기쁨도 함께 가지고 죽을 수 있는 것이다.



Death, be not proud, though some have called thee

Mighty and dreadful, for thou art not so;

For those whom thou think'st thou dost overthrow

Die not, poor Death, nor yet canst thou kill me.

From rest and sleep, which but thy pictures be,

Much pleasure; then from thee much more must flow,

And soonest our best men with thee do go,

Rest of their bones, and soul's delivery.

Thou art slave to fate, chance, kings, and desperate men,

And dost with poison, war, and sickness dwell,

And poppy or charms can make us sleep as well

And better than thy stroke; why swell'st thou then?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And death shall be no more; Death, thou shalt die.

holy sonnets: death, be not proud




"짓지 않은 죄는 우리가 범하지 않았으므로 진정으로 은밀한 죄입니다.

죄로 끌리는 성향에는 주님의 자비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주님의 용서입니다." (p. 120)


"그래도 제 마음을 원하십니까? 오, 모든 빛의 하나님, 주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을 드러내시는 분입니다. 당신 없이는 제 마음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p. 125)


"이 녹아내림, 깨어짐, 참회. 제 영혼 속의 이 불편함들은 성령께서 제 마음에서 일하신다는 증표이고,

하나님은 친히 시작하신 일을 끝마치실 것입니다." (p. 127)


"깨끗한 손과 청결한 마음을 가지는 단 하나의 길은 당신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피로 깨끗이 씻는 것입니다. 아멘." (p. 137)

"제가 제 가슴의 반점과 영혼의 흠들을 죽음의 표시로 보지 않고 당신의 아들께서 계신 곳,

당신의 우편으로 제 생각을 이끄는 하늘의 별들로 보게 하소서." (p. 143)


"주님은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십니다. 무엇이 찾아오든 주님에게서 옵니다. 무슨 일이 다가와도 제가 주께로 가게 하소서." (p. 169)


"인간은 아무도 고립되고 독자적인 섬이 아니다. 흙덩이 하나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이 그만큼 작아진다. (중략)

나는 인류의 일부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죽음에도 나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니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나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p. 173)



"저는 제 이웃의 죽음을 통해 주께서 제게 주시는 도움을 무시하는 자, 감히 당신의 성령에 저항하는 자가 아닙니다.

저는 생명의 주님이 저를 위해 죽으실 만큼 사랑하신 자입니다." (p. 188)


"주님은 죽음을 병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병이 완치된 것이라고 제시하십니다." (p. 189)



"시간이 영원에 삼켜지고, 소망은 완전한 성취에 삼켜지며, 끝은 무한에 삼켜질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받기로 정해진 모든 이가 당신께 바쳐진 하나의 영원한 제물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그들에게 영원토록 기쁨을 얻으시고 그들은 주님이 주시는 영광을 영원토록 누릴 것입니다. 아멘." (p. 190)


"당신의 자비를 모든 독소를 씻는 해독제로 간주하고 엉터리 자신감으로 유혹 앞에 나서지 않게 하소서.

저는 감히 새로운 죄에 뛰어들 수 없고, 주께서 이미 베푸신 자비를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p.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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