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무슨달이 어느 계절에 어떻게 뜨는지, 하루에 몇 개의 나무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겨우내 패야할 장작이 몇 개인지를 파악하는데는 밝아도 상전이 왜 화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저 논리적으로 옳으면 다들 그러려니 할 줄 안다. 세상이 순리대로 공평하게 흘러간다고 막연히 기대한다. 하지만 상전의 꾸짖음은 올바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그야말로 기분의 문제다. - P29
그럴 때는 그저 누구에게건 자기 사람‘이라고 도장을 찍어두는 거야. 그러면 나중에 어떤 일이 생겨도 그가 기준이 되거든 설사 ‘자기 사람‘이 나에게 해를 입히더라도 그를 믿어주어야 해. 오히려 그 믿음이 나를 살린단다. 나중에 그가 결국 나를 배신하게 되더라도 그동안엔 그 때문에 살게 되는 거야.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처럼 그를 의지해서 숨을 쉬는 거다. 그부표에 몸을 너무 의지한다면 되려 바다에 빠지게 되지만 말이다. 너희는 무엇을 선택하겠느냐. 사람을 믿고 배신당하겠느냐,
사람을 믿지 않고 혼자 죽어가겠느냐. -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