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가 아빠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말이 없고 꾸준한 점. 상냥하고 실용적인 점. 특별히 눈에 띄는재주가 없는 근면하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언제나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인생에 기대하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필요할 때에는 사람들과 어울릴 줄도 알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알아차릴 줄 아는 공감 능력도 갖고 있다. 남의 인생에 참견하면안 된다고 판단할 줄 아는 염치도 있다. 아빠가 남들의 간섭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아빠가 자부심이 높지만거만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빠가 남들을 존중하는 만큼 사람들도 아빠를 존중해주었지만, 아빠는 마을에서 어떤 일에서건 주도적으로 앞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일은 아빠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 더 언변이 좋은 사람, 더 추진력이 있는 사람, 카리스나와 비전을 지닌 사람, 그러니까 오스나 칼 같은 사람들에게 맡겨들었다. 아빠와 달리 염치가 없는 사람들.
아빠는 정말로 염치를 알았다. - P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