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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난 소년
임홍순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6년 7월
평점 :
도서 협찬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 삶이 종종 길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웅크린 우울과 좌절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손길이 있다. 임홍순 작가의 『그림과 만난 소년』은 바로 그런 다정한 위안을 건네는 책이다. 교내 상담치료사인 주인공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학생을 만나 하얀 빈 도화지와 소소한 색칠 도구들을 매개로 정성 어린 대화를 나누며 한 사람의 내면을 서서히 밝혀가는 과정을 뭉클하게 담아내고 있다.
학생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끊임없이 그의 숨겨진 장점을 발견해 들려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용기를 북돋아 주며 한 사람의 영혼을 살려내는 일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가의 편안하고 따뜻한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상처받은 마음들이 치유받는 공간에 함께 머무는 듯한 위로를 얻게 된다.
책 속에서 말하듯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행위를 넘어 한 사람의 '바깥 세계'와 '안쪽 세계'가 조우하는 깊은 만남의 자리다. 그림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풍부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내면의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고백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다듬어가는 이 고요한 성찰의 묘사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더불어,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애국지사들의 시는 이 책이 품고 있는 또 다른 결의 아름다움이다. 학창 시절 언어영역 지문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하나하나 쪼개어 공부하듯 읽어내려갔던 시들이 이 책의 서사 안에서는 전혀 다른 생명력을 얻는다.
"이 세상에 무의미한 인생은 없다. 잠시 변방으로 벗어나 있을 뿐이다. 모든 꽃이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피는 꽃이 있다."
"들판에 진흙은 흔해. 사람들이 그리 귀하게 여기지 않지. 그런데 그 진흙도 도자기를 빚는 예술가나 항아리를 굽는 장인을 만나면 멋진 작품이 되거나 집에 꼭 필요한 그릇이 돼.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따라 좋은 그릇이 될 수 있어. 값 있는 사람이 되는 건 너 스스로 정하는 거야."
책이 건네는 이 단단한 문장들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거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이들의 마음을 다정하게 붙잡아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계절에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고유한 존재들이며 내 삶의 가치는 결국 나 스스로가 빚어내는 것임을 조용히 일깨우는 책이였다.
#그림과만난소년#클북#슬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