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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저자, 마치다 소노코가 건네는 또 하나의 다정한 단편 모음집.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 구라미. 이 신비로운 제목 속 작은 물고기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특별할 것 없는, 때로는 몹시 고단한 일상이라는 수조 속에서 저마다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어 부단히 헤엄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류는 나를 데려가지 않는 거야. 이곳은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야." (p.107)
수조의 물이 바뀌면 호흡이 가빠지는 물고기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머물던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는 것에 깊은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은 좁은 세계의 안전함에만 머물지 않고 결국 고개를 든다.
"이 수조 너머에 더 많은 수조가 있겠지. 아니, 수조뿐만 아니라 연못과 강, 그리고 바다도 있어. 일일이 무서워했다가는 살아갈 수가 없어. 우리는 이 넓은 세상을 헤엄쳐야만 해." (p.100)
다섯 편의 단편 속 인물들은 서로 교차하며 예측할 수 없는 삶을 함께 유영한다. 때로는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기꺼이 낯선 물결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도전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책 속의 인물들은 일본의 작은 동네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듯 보이지만, 치열하게 삶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그 작은 수조는 곧 온 세상이며 눈부신 밤하늘이다.
작은 수조 밖, 낯설고 넓은 바다로 첫발을 내딛기 주저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문장들이 다정한 파도가 되어 닿기를, 그래서 온전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