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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 문예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약25년전에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소설을 오랫만에 다시 읽었다. 작고 앙증맞은 제본으로 다시 나와서 그런지 읽는 맛이 새로왔다. 25년전 그때는 정말 한동안 열병처럼 번졌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와 친구들은 감동적인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하이틴 로맨스나 새로 나온 만화책를 읽는 기분으로 이책을 읽었었다. 그때는 아마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오죽이나 인기가 있었으면 이 책과 관계가 없는 "모모"라는 제목의 책까지 덩달아 인기를 누렸을까. "모모"라는 가요가 이 책의 인기를 더욱 부채질 했을 것이다. 그때의 그가요는 이 책의 핵심을 잘 전달해주었다.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 인간은 사랑없인 살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다시 읽은 '자기앞의 생'은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젠가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모모의 꿈이 자기앞의 생으로 실현된 것일까. 전직 매춘부, 매춘부, 뚜장이, 성전환자, 매춘부의 아이들 그리고 아프리카 인, 아랍 인, 유태인 등 각종 인종의 음지에서 사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따뜻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래서 그들의 삶의 모습이 더더욱이나 황량하고 힘들게 느껴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로자 아줌마에 대한 모모의 애정이 가슴아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인상이 깊은 것은 젊은 날 매춘을 하던 자신의 모습에 미련을 가지고 부자유스런 치장을 정성들여 하는 거구의 유대인 여자가 모모가 회교도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배려하는 것하며 한번도 하밀 할아버지가 로자 아줌마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지 않았음에도 로자 아줌마 곁을 애정으로 지켜주고 있었음을 느끼게 하는 것하며, 온갖 추한 모습들 뒤에 무척이나 따뜻한 인간관계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