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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시 - 오늘도 무사히 일을 끝마친 당신에게 땀 시리즈
김선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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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무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이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를 읽어도 전달하고픈 말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주제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할 수 있거나 유명해서 해설이 있는 시를 주로 읽었다. 시를 읽고 아름답다는 생각은 많이 했으나 전율을 느껴보거나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간은 많으나 딱히 할 일은 없던 어느 날, 이 책이 발간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일', '노동'을 테마로 한 시 선집이라고 했다. 최근 학교 수업 시간에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배운 터라 책에 흥미가 생겼다. 사실 노동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었으나,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시 선집은 그나마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시는 소설에 비해 가벼울 거라는 내 멍청한 예상은, 첫 시를 읽을 때 부서졌다. 글을 읽을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마음과 굳어지는 머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알고 있었다. 노동 현장이 얼마나 참담하고, 더럽고, 외로운지. 하지만 알면서도 처음 듣는 것처럼, 처음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 애써 미뤄왔던 현실과 부딪히는 것 같았다. 이제 곧 나와 내 친구들이 마주할, 어머니와 선배들은 이미 마주했을, 그 현실이 너무 두렵게 느껴졌다.

분명 무덤덤한 문체에 담겨있는데, 어째서 울부짖는 것보다 더 아프게 들리는 걸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얼얼했다. 눈을 찔린 것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겨우겨우 시 한 편을 읽어내고 책장을 넘기면 더 비참한 글들이 나를 반겼다. 어떤 시엔 전에 뉴스에서 봤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고, 어떤 시엔 나를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담겨있다. 책장을 넘기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아니 어떻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시가 단 한 편도 없단 말인가. 진짜 노동 현장은 얼마나 더 슬프고 끔찍하단 말인가.

나 한 사람이 이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을 더욱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노동 현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나는 이게 내가 겪을, 내 후손에게 물려줄 현실이 되지 않길 원한다. 이 더러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나부터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에 '누가 또 일하다 죽었구나'하고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더는 도살당하는 가축의 마음으로 일터에 나가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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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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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곳은 학교였다. 선생님께선 이 책으로 수업할 거라 하셨고, 친구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나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이 책 한 권으로 수업이 가능할까? 이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책을 펴고 무의식적으로 저자와 엮은이들을 살펴봤다. 그곳엔 내게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시 그 글자를 읽고, 내 앞에 서 계시는 선생님을 봤다. 익숙한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 순간 울컥했다.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수업은 순조로웠다. 우리는 짤막한 소설을 한 편씩 읽고 활동지를 채워나갔다. 나는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노동 환경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소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나는 두려웠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노동자들의 고충과 더러운 현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게 내가 마주할 노동 환경인가? 믿기지 않았다. 활동지를 채우려 소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데 너무 신기했다.

 그동안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 3권이란 게 있다, 근로 기준법에 따라 근로 시간이나 조건 등을 근로 계약서로 작성해야 한다. 사회 시간마다 지겹게 들었다. 노동 3권에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이 있다는 걸 지겹게 외웠다. 하지만 근로 계약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고, 근로 기준법에 어긋나는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내게 노동이란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다. 학생 신분인 나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안일했다.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니던 청년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죽고, 현장 실습생으로 배정받은 고등학생은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었다. 동료가 대형 철문에 끼어 죽고, 사고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옆 철문은 멈추지 않았다. 기사로 접한 안타까운 사건들은 접할 당시에만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게 하고 그냥 스쳐 지나간 적이 많았다.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들이 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일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벌써 19살이 되었다. 사회를 직접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아직 매우 서툴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나지만, 사회로 나가는 게 덜 두려워졌다. 슬프게도, 이 책 덕분이다. 설렘이나 기쁨 등의 감정보다, 괴로움이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이 책이 충격을 완화해주었다. 나도 앞으로 땀 흘리며 일하게 될 텐데,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땀을 어떻게 흘려야 할지 많이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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