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 다보탑의 돌사자는 어디로 갔을까?
혜문 지음 / 작은숲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혜문  작은숲  255

 

저자 혜문은 승려의 신분으로 지난 세월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되었던

문화재를 되찾아 오기위한 운동을 전개한 인물이다. 스님은 5년간 빼앗긴 문화재

반환운동을 전개해왔다고 한다. 이 책이 씌여진 것이 2012년이니 지금은 7년째

반환운동을 계속해왔다는 뜻이다. 혜문스님은 환수운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해 <문화재 제자리 찾기>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의 환수결과와 혜문스님이 생각하는 불법유출 문화재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록이자 소회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있고 19개의 문화재 관련

이야기가 담겨있다. 혜문스님은 명성황후(민비)의 죽음을 파헤친 책 <조선을

죽이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익히 알고있는 이야기도 있고 전혀 몰랐던 사실도

들어있다. 이런 것을 파헤치는 수고와 노력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첫 번째 파트에는 명성황후를 죽인칼 히젠도가 후쿠오카시사에 보관된 이야기,

안중근의사의 총알이 전시된 일본국회 헌정기념관, 조선 기생 명월이의 생식기

표본이 버젓이 전시되었던 이야기가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부제하에 있다.

두 번째 파트는 ‘되찾은 문화재의 허와 실’이라는 부제로 도려받은 문화재의

부실한 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세 번째 파트는 잃어버린 문화재중 소재가 파악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칼중 하나인 히젠도는 후쿠오카시 구시다신사의 경내에 

보관되어있다. 연전에 후쿠오카에 갔을 때 들러보고자 했으나 가보지 못한

기억이 있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후쿠오카 여행기를 보면 히젠도의 존재여부를

아는 글들이 반정도 밖에 안되는 듯 하다.


도쿄대학에는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한 조선왕조실록 일부가 남아있었는데

2006년 5월 도쿄대는 서울대학교에, 자신들이 보관중인 오대산본 실록 47책을

기증한다고 발표하여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실록의

환수를 요청하고 일을 성사시킨 것은 혜문스님과 조력자였으나 도쿄대가 갑자기 기증의사를 밝힘으로써 서울대가 마치 자신들이 한일처럼 발표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돌아왔으니 된거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혜문스님은, 불교도들의 노력을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해도 실록은 ‘환수’가 되어야지 선의의

‘기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2010년 일본정부에서  총독부시절부터 갖고있었던 조선왕실의궤를 비롯 규장각도서 1430점을 반환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이 역시 혜문스님측의

환수운동 결과다. 그런데 그중에 이토 히로부미가 규장각에서 대출해간-약탈이

아니고- 규장각도서가 938권이나 포함되어있다. 100년동안 대출이 진행되었다는 뜻이다. 규장각에서는 이를 알고있었는데도 그동안 대출도서 회수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의사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정부에서 스스로 돌려주기 전까지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점을 혜문스님은 허탈하게 지적하고 있다. 

 

1951년경 미국에서 반환받은 명성황후 표범가죽 카펫 역시 존재여부 자체를

모르고 있다가 문화재제자리찾기 회원들의 존재확인 감사청구가 있고 나서야

박물관 수장고에서 찾아낸 것이다.

 

그 외에 주로 일본과 미국에 많이 있는 불법반출 문화재중 알려진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행방을 알수 없는 다보탑 돌사자상, 도쿄박물관에 있는

금산사 향완, 오쿠라호텔의 우리 석조문화재, 경복궁의 자선당이 통째로 뜯겨가

오쿠라호텔 슈코칸 전시관으로 사용되었던 일, 도굴로 유명했던 오구라컬렉션과 그중 조선왕의 갑옷과 투구, 회암사출토품이 분명한 부처님 진신사리와 사리구가 보스톤미술관에 있는 사실, LA 라크마박물관에 있는 문정왕후 금보, 미군정기에 문관으로 문화재를 광범하게 밀반출한 헨더슨과 헨더슨컬렉션, 이순신장군이

실제로 사용했던 쌍룡검 등등의 슬픈 사실이 기재되어있다. 말미에는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가 불경은 아니므로 직지심경이 아닌 ‘직지심체요절’이라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해외유출문화재는 상당히 복잡하고 섬세한 문제다.
정부기관이 민간이 하는 일에 협조는 못할망정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데 대한

섭섭함이 책에 한가득하다. 한편 이해가 가기도 한다. 외교채널로 접근할 문제가 있고 민간교류로 해결할 사안이 있다. 또 해외유출문화재라고 하지만 합법과

불법사이의 구별이 매우 어렵다. 박물관에서 자료를 갖춰 구매한 것은  불법

약탈물이라고만 볼수는 없다. 그리고 실제 불법 약탈의 결과라 할지라도 

해당국에서 반환에 협조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다.  혼자힘으로 승려의 몸으로

유수의 문화재반환을 이끌어낸 혜문스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인다. 스님은,

문화재는 민족의 정신이고 우리의 기억과 삶이므로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있는 것도 관리못하는 무능을 탓하기도 한다. 그 역시 맞는 말이다. 수장고보관이 아니라 번듯하게 대로 한가운데 있던 국보 1호도 태워먹지 않았던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자료에 의하면 해외에 있는 우리문화재는 파악된 수만

15만점이 넘는다. 꼭꼭 숨겨 소재를 알수 없는 것까지 합하면 100만점이 넘을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찾아올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일단 소재파악이

가장 중요하고 근현대 유물은 불법반출임을 증명해서 환수에 힘을 써야한다.

구매도 한 방법이다. 민족감정이나 피해의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있는 문화재 관리도 중요하다.  혜문스님은 너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스스로 지적한 대로 대중주의나 민족주의에 매몰되어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히젠도는 일본측에서 주면 좋겠지만 왜 거기다두냐고 다그치는 태도는 좀 아니다. 기념품처럼 보관한다고 했는데 혜문스님이 쓴 글 자체만 봐도 기념품

처럼은 아니다. 그저 골방에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관건은 널리 알리는 일이다. 많이 알려질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땅에서 후손들에게 사랑받고있어야할 문화재들이 외지에서 숨어서

혹은 의미도 모르는 자들의 손에서 향수병에 고생하리라 생각하니 조상님들께

정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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