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생각 - 과학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이고르 보그다노프 & 그리슈카 보그다노프 지음, 허보미 옮김 / 푸르메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과학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신의 생각

 

이고르 보그다노프,그리슈카 보그다노프 / 허보미 옮김
푸르메 / 284

 


1920년 어느날 저녁 아인슈타인은 제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신이 세싱을 어떻게 창조했는지라네. 현상이나 원리 따위는 내 관심사가 아니지. 나는 그저 신의 생각이 알고싶은 거라네.” 이 말은 곧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킨 촉매가 되었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이 말에서 시작한다. 책에 등장하는 학자들은 수학이 물리법칙을 관장하고, 물리법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관장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평생 그 근원을 탐구했다. 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지금은 우주팽창이나 빅뱅이론이 어느정도 대중화되었지만 100년전만 해도 우주란 고정된 불변의 존재였다.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 우주라고 믿었다. 그러나 힉스입자의 존재를 발견해낸 실험이 뉴스가 되고  이를 예측한 힉스가 금년의 노벨상 주인공이 된 요즘, 무(無)에서 어느 한순간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우주를 만든 이는 누구일까.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철학의 오래된 주제이지만 또한 과학의 탐구대상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제일원인(first cause)이 바로 신(神,god)이지만 이 신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아니라고들 말한다. - 하지만 양자가 같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분명히 철학적 주제이고 과학에서도 물리학의 배타적 연구대상일 것 같은 신에 관한 논의가  이 책에서는 수학자들 사이에서 펼쳐진다. 즉 이 책은 수학자들이 보는 세상(우주)의 근원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우주의 탄생에 관해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이 우주는 우연한 탄생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중우주, 평행우주란 매우 비과학적이다. 그러므로 세상에는 물리법칙에 의해 형성된 단일우주만이 존재한다. 이런 전제하에 다음의 과정이 나온다.
“최근까지 과학자의 임무는 주로 물리법칙의 속성을 찾아내거나 물리법칙이 적용된 결과들을 탐구하는데 국한되어왔다.... 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빅뱅의 순간에 물리법칙이 별다른 이유없이 그저 우발적으로 물질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견해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비로소 과학자들이 ‘왜’물리법칙이 존재하는지 자문하거나 그런 법칙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지 정당하게 의문을 품을수 있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우주를 수학적 존재라고 한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의하면 우리 우주는 우주의 바깥에 있는 다른 무엇인가에의해 지배되고 있다한다. 그것은 우리 우주와는 속성이 전혀 다른 무엇, 비물질적인 무엇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체 그게 무엇인가? “우주의 탄생과정은 너무도 질서정연해서 무질서가 아닌 어떤 구성원리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 왜 무(無)가 아닌 무엇인가가 존재했는지 신은 설명해준다.” 그 무엇은 바로 수학적 질서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책에는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 등 물리학의 용어들이 더러 나오지만 대개는 수학이론이고 물리법칙은 수학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학은 자연의 언어라는 표현도 나온다. 지독히 수학을 싫어했고 숫자라면 고개를 돌리는 나같은 문외한에게는 어려운 용어들이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서술 자체는 평이하고 다소간 문학적이다. 형제간인 저자들은 수학자고 물리학자이면서 책과 강연을 통해 과학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체제는 마치 <얽힘의 시대>를 보는 듯 했다. 2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시작하고 장마다 또다른 사건과 인물의 전개가 꼬리를 문다. 매끄러운 문체나 썩 잘된 구성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앞으로 여러분은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보게될 것이다’라는 식의 표현이 한두번도 아니고 너무 자주 나온다. 문외한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우주가 수학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전제부터 상상초월인데 뭘 더 이상 상상할수 있다는 말인가. 존재에 대한 연구의 시작과 끝이 철학도 물리학도 아니고 수학이라니 그점은 사실 상상초월이 맞다. 

 

눈송이는 모두 6각기둥의 형태를 띠고 있다. 5각이나 7각이 아니다. 그 모양 또한 모두 다르다. 모든 꽃잎은 5장 8장 13장이다.- 이를 피보나치수열이라고 한다. 사물의 질서는 어떻게 이리 정확하게 제어되는가. 빅뱅이 일어난 순간은 눈 깜짝할 새 라는 식상한 표현으로는 절대로 설명할수 없다. 10초 사이에 우주상수에 의해 정밀하게 제어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이런식의 수학적 설명이 가득하다. 즉 수는 물질에 선행한다. 물리적 조건에 영향받지 않는 수학이 물리법칙을 형성하고 극도로 정밀한 계획에 따라 현실세계에 크기와 형태와 방향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책에는 우주의 원리를 알아내려는 숱한 수학자를 하나로 관통하는 한 개의 지표가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라이프니츠가 말한 예정조화설이다. 예정조화란 신의 생각을 나타내며 이는 물질세계를 관장하는 그 너머의 질서가 수학법칙의 형태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아주 오래전 존재의 본질을 알아내고자하는 인간의 노력이 철학과 물리학을 탄생시켰다. 20세기들어 철학이 너무 복잡다기하게 갈라졌으나 철학의 본령은 모든 존재하는 것의 본질, 궁극적인 무한을 찾는 것이다. 그것을 신이라 부를수도 있다. 현대철학과는 반대로 20세기 이후의 물리학은 오히려 존재의 근원에 점점 다가가는 듯 보인다. 양자역학은 그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을 보니 수학자들도 나름의 자신감과 성과를 가지고 우주의 근원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우주는 시공간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 질서는 시공을 초월한 우주 밖에서 기원한다는 주장, 현실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실체, 근원적인 토대는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인 실체라는 주장, 등은 수학논문이 아니라 철학교과서에 실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주장이다. 수학이 궁극의 질서를 추구한다는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어 즐겁다.


책의 말미에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신은 종교적인 신과는 다른 의미라는 설명이 있는데 아마도 인간이 추구하는 인격신을 의식한 설명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신과 수학의 신이 다를 바가 뭐 있을까. 어차피 빅뱅이전이나 우주의 끝으로 가려면 137억 광년을 지나야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종교와 과학>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가 출간되었는데 함께 보면 매우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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