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희망, 사회주의
마이클 해링턴 지음, 김경락 옮김, 김민웅 감수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
마이클 해링턴 지음 / 김경락 옮김 / 409

 

뒷표지에 인용된 감수의 글에보면 “정치와 운동의 차원에서 진보가 궤멸하다시피한 한국의 현실에서 마이클 해링턴의 사회주의에 관한 논의는 우리가 어떻게 실패에서 배울 것인가에 눈뜨게 한다.” 라고 써있다.  진보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될지 몰라도 나처럼 보수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다. 국회에는 진보라는 이름을 단 정당이 들어가 활동하고 있고 민주당과 합쳐진 새정치연합에도 진보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다. 비록 현실정치에서는 진보주의가 큰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해도 사회문화 노동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상당히 ‘진보’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서의 진보란 사회주의의 순화된 표현이다.

 

이 책을 보고는 잠시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사회주의 학자 스튜어트 콜의 부음기사를 떠올렸다. 영미권에 많지않은 사회주의 계열의 학자들이라 그만큼 반향이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대체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책을 읽는 내내 사회주의에 대한 분명한 정의나 해석을 마주칠수 없었다. 저자 스스로도 광범하게 얽히고 변화되어 왔기 때문에 쉽게 정의할 수 없다고 까지 한다. 책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보면 마르크스주의에서 사회민주주의, 뉴레프트, 케인즈주의 복지국가가 모두 사회주의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런데 공산주의와 현실 사회주의 - 소련은 실패라하니 예외로 치더라도 중국과 북한의 경우 - 국가의 체제와 관련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이 책은 주로 사회주의의 본령인 경제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원제는 Socialism : Past and Future 다. 이 제목은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생각된다. 과거와 미래만 있고 현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인데 저자는 미래를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것일까.

 

책은 모두 9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서두에서 저자는 사회주의에 대한 세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다음으로 과거 사회주의가 겪어온 길을 반성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사회주의 여러 유형과 가짜 사회주의, 유토피아주의, 복지국가의 과제, 제3세계의 필요성. 그리고 말미에 사회주의의 구조적 논점을 살핀다. 즉 사회화, 시장이냐 계획이냐, 점진적 발전에 대한 논의 등.

 

사회주의의 정의가 아닌 저자가 생각하는 사회주의의 모습은 분명하고도 간결하다. “자유와 정의正義를 위한 희망” “연대와 자유, 사회정의를 위한 주장”
이것이 목표라면 이런 미래의 실현을 위해 동참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나는 다만 인간을 자본의 유무로 평가하는 방식이 싫을 뿐인데 한국사회의 후진적이고 교조적 사회주의자들이 모두 다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무엇 때문에 사회주의운동을 하는건지 목표를 분명하게 자각했으면 좋겠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아래로부터 사회를 바꿔나가는 세력이 노동계급은 아니며, 혁명적 연대를 통해 형성되는 동질적이고 단일한 노동계급은 현실세계에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럼 사회주의는 완고하거나 변형불가능한 것 같지 않은데, 과거의 모습이 여러갈래인 것은 사회주의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저자의 사회주의와 가장 맥락이 같은 것은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인 듯 하다. 특히 저자는 책의 곳곳에 스웨덴식 사회주의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독점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변화 수정할수 있다면, 점진적 사회주의와 비슷해지는 것은 아닐까. 예를들어 공유개념의 확대와 사회적 기업, 인간의 얼굴을한 자본주의 등등의 개념이 자본주의의 변화를 가능케할 수는 없는걸까. 


     
사회주의의 출발을 다루면서 여러 유형의 사회주의를 소개하는데 마르크스가 정리한 초기 사회주의 개념은 무정부주의와 사뭇 흡사하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카우츠키도 힐퍼딩도 정작 사회주의 국가가 무엇인지 몰랐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변명스럽게 보인다.  여러 방법으로 시도했지만 정작 성공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미래가 답이다 라는?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핵심목적을 정의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인류역사에서 어떤 대중운동보다 더많은 성취를 이뤄냈다”는 모순적 사실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부인할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과거의 사회주의를 다루면서 국유제 계획경제체제인 독재공산국가는 역사상 어떤 사건보다도 사회주의의 참뜻을 왜곡했다고 한다. 그는 공산주의 사회를 사회주의가 아닌 집산주의라고 이해한다. 소련의 경우다. 그는 이를 가짜 사회주의라고 부른다. 즉 “오늘날 자본주의적인 기술과 규칙을 갖고있지만 단지 마르크스주의자의 지배를 받는 공장사회”로 규정한다. 스탈린은 농민과 노동자를 위한다는 사회주의 이름하에 거꾸로 유례없을 정도로 농민 노동자를 착취하여 국영산업화를 이루어낸 분명한 독재체제라고 한다.

 

유토피아주의를 다룬 장에서는 케인즈주의를 자본주의를 도입한 사회주의정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럽 사민주의와 마찬가지로 복지국가를 추구한 이런 움직임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 운용됨으로써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자본주의의 한 국면으로 이해한다면 사회주의의 재부상 가능성을 생각할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사회민주주의 실패와 생산성하락, 실업의 증가는 레이건과 대처의 집권을 가능케했다. 이를 중앙집권적 권위적 정부로 본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시장, 부유층을 위한 정책으로 회귀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나 라는 장에서 그는 현재의 세계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한다. 즉 상호의존적 세계경제체제의 현실을 고려해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의 국제화가 미국 또는 다국적기업의 세계지배를 불러왔으니 일국사회주의론 불가능하며 새로운 국제경제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대표체제로 인구와 경제규모에 관계없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계획이냐 시장이냐의 이분법에 관해서는 중요한 것은 시장이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시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무능이나 비효율을 경계하고 시장원리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민주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으로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미에서 그는 단일계급에 의한 세계혁명론을 부정한다. 선진 자본주의국가와 복지국가 체제는 많은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냈고 또 분화시켰다. 청소년과 여성도 그 일부다. 또 경제결정론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상부구조가 중요해지는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자체의 변화를 말한다. 지난 백년에서 교훈을 얻었느냐 못 얻었느냐가 앞으로의 갈림길이 된다고 말하며 책을 마친다.

 

공감과 아쉬움이 다 남는다.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세계, 연대와 자유와 사회정의가 숨쉬는 세상을 만들기위해 나부터라도 적극 노력할 것이다. 자본이 인간보다 중시되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없애려는 마음은 이념에 구애될수 없다. 인간이 모든 가치에 선행하는 최종 목적임은 누구에게나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마르크스주의를 종교적 신념처럼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노선수정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그는 구좌파와 신좌파 모두에게 공격을 받고있다고 한다.
문화분야에 대한 중시와 상부구조 등 마르크시즘 자체의 변화요구 또한 작은 충격이었다.

 

아쉬움은 경제철학과 정책에만 집중한 나머지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또는 그렇다고 주장하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언급이 너무 적었다. 북한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정치가 없는 마르크스주의가 존재할수 없다. 진보가 민족문제와 분리될수 없는 한국적 현실에서 북한에 대한 분석이 없는 점은 이책의 약점이기도 하다. 박정희시대 국가주도 집산적 경제계획이 당시 사회주의 국가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싱가폴을 사회주의 체제로 본다면 박정희시대도 비슷하지 않을까.

 

결국 우파니 좌파니 하는 구분이 철학과 경제정의 실현의 신념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권력을 둘러싼 이익갈등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 진정 소외된 약자를 위한다면 주사파가 아닌 한국의 PD들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 될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너무 두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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