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의 역사 1 - 풍속과 사회
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이기웅 외 옮김 / 까치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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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의 역사1 풍속과 사회 (개역판)

에두아르드 푹스 / 이기웅 박종만 옮김

까치 / 404

 

오래전에 누군가 내게 이 풍속의 역사 시리즈를 선물했다.(4)

그때는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고 그저 한 유행인 미시사의 하나쯤인 줄로 알았다.

군데군데 삽화가 색정적이어서 마치 선데이서울의 독일판인가 싶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림에만 집중하느라 내용을 보지 못했나보다. 시간이 흘러 내앞에 또다시 이 책이 나타났다. 4권중의 제 1권이긴 하지만 반가웠다.

그리고 읽었다. 이런 책인줄 몰랐다.

 

한마디로 이 책을 정리하자면 사회주의 역사가의 눈으로본 성과 성풍속의 사회사다.

저자인 에두아르드 푹스는 캐리커쳐전문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역자인 이기웅은

열화당의 대표인 그 이기웅이다. 맨뒤에 역자후기가 있는데 번역서의 저본으로

야스다 도쿠타로의 일본번역서를 이용했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과거에는

대개 서양서를 번역하면서 일본역서를 원전삼아 번역하는 일이 많았다.

어떤 이는 서양원전과 참고본인 일어판을 함께 소개하기도 했지만 많은 번역자들이 일본어판을 원전삼아 번역했다. 그 이유는 원서번역에 필요한 실력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고 번잡해서 일수도 있지만 일본번역서가 원전에 가깝게 훌륭한 번역을

해냈고 일본어가 번역하기에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처럼 솔직하게 일본어판을 대본삼았노라 고백하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일어번역자인 야스다 도쿠타로는 이 책의 번역에 35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열정과 집념이다. 한문 또는 동양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한자자전에 <대한화사전>이라는게 있는데 당시에 우리는 그걸 제교철차라고 불렀다. 모로하시 데쓰지라는 이 사전편찬자의 열정은 과거에 한문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이면 다 아는 얘기다. 그것 다음에 <사해> <사원>

이야기했다.

이 책의 일본역자도 그런 정열을 불태워 번역을 해냈고 그책을 번역한 책이 까치

풍속의 역사라면 엉터리번역은 아니란 뜻이다.

 

저자는 성풍속이야말로 인간의 역사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성과 사랑은 본능중에서고 가장 강력한 본능이고 쾌락중에서

가장 큰 쾌락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성생활이 시대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시대,민족,계급의 본질이 그속에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한다.   성행동은

도덕관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시대에 따라 변하고 도덕관 역시 항상

새롭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책을 통해 저자가 밝히려는 것은 과거 모습의 정확한 재구성, 그리고 그안에

담긴 도덕과 성의 계급적 본질이다. 그러면서 이론적 분석이 목표가 아니라

과거사실을 생생하게 밝히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다. 그래서 이 1권은 네가지의

주제로 분류되었는데

모럴의 기원과 본질, 르네상스의 본질, 색의 시대(절대주의시대), 부르주아의

시대 라는 목차로 구성되었다. 원서는 세권인데 역자들이 각권의 서두에있는

이론적 분석을 모아 따로 한권으로 만들어 그것을 1권으로 편성하여 전체 네권의

구성을 만들었다.

 

저자가 밝히는 성과 도덕의 관계나 성행동의 여러 가지 변화 등은 모두 개인적인

사랑 따위가 아니고 경제적 조건, 경제적 이익에서 나온 결과에 불과하다.

일부일처제는 사유재산제도에서 나온 남자의 지배 여자의 억압의 결과이며

부자연스러운 질서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질서의 복수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구조로서의 간통과 매춘이다. 여자의 복장이나 혼외관계, 매춘과 간통,

연애와 방탕 등 모든 성행동의 기저에는 각 시대를 관통하는 경제조건이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저자가 중세이전을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은 르네상스 이후를 그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봉건귀족과 신흥부르주아 자본가의 출현, 절대주의 왕정과 부르주아의 관계, 자본주의 성립이후 현대의 문제까지(저자는 1900년대초에 저작을 완성했다) 모든 도덕과 성은 경제문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며 사회주의자 답게 저자는 이를 토대라고 부른다. 토대는 관념을 지배하므로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연애 감정 또한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는 난잡한 교제가 용인되고

어느 시대는 여자의 다리를 언급하지도 못하는 도덕율의 원천 또한 경제적 토대에서 기인한다.

 

요컨대 경제조직이 변화해감에 따라서 계급이익과 사회적 요구와 더불어

계급구성도 변해가기 때문에 각 시대는 다른 도덕율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도덕의 표준을 요구한다. 바꾸어말하면 사회의 변화는 성모럴의 규칙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내가 어릴때는 다큰 남녀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길거리에서 스스럼 없이 키스하는 젊은 연인들을 보기 어렵지 않다. 이런 도덕관념의 변화가 저절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경제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절대주의 시대는 왕권이 강화되면서 사회전반적으로 위엄과 화려함이 강조되고

그에따라 위선과 잘난척이 판쳤다. 여자숭배가 유행하여 모든 여자들은 남자에게

쾌락을 주기위해 노력했고 향락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부르주아 자본주의 시대는 겉으로는 풍기를 단속하고 방정한 품행을 강요했지만

남성우위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았고 곧 상류층이나 하류층을 가리지 않고 돈으로 여자를 사는, 즉 여성의 상품화가 시작되었다.

 

보는이의 관점에 따라 역사는 다르게 서술되겠지만 반대로 참신한 면이 부각될

수도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 여자는 인류역사에서 항상 약자고 남자의 부속물로

취급되었으므로 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이라면

많은 양의 자료를 가지고 근대이후 성의 역사를 사실대로 표현하다보니

상류귀족층의 성행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민중들의 성행동을 많이 다루어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가 민중이라는 점을 나름대로 설명했다는 것이리라.

 

나머지 2,3,4권은 각 시대별 구체적인 현실을 다룬 내용이라 속물적인 흥미로움도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본질이 경제적 토대와 이해관계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왜 어째서 그랬는가를 충분히 알아가며 읽을수 있을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성풍속의 역사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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