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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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유홍준 / 창비 / 469

 

신혼여행이라면 대개들 처음으로 비행기타고 제주도를 가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당시에 한다리를 걸치고 제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제주도의 인상은, 좋은 건 별로 없고 온 도민이 육지사람 벗겨먹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 느낌 정도. 육지에 대한 형체없는 적대감이 있다고 해야할까. 한동안 다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제주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지식도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을 보는 눈에 여유가 생기자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비로소 제주에 크게 관심이 갔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지난후에 제주를 다시 갔었다. 내동생은 대여섯번을 넘게 다녀온 뒤에야.

 

유홍준의 답사기 7권은 제주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렌트카를 끌고 누구나 갈수있게 제주허씨를 위한 안내서라는 농담같은 별칭도 붙어있다. 제주도를 위한 여행안내서가 꽤 있고 제주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도 꽤 있겠지만 유홍준교수의 책이 나오면서 일반을 위한 역사문화 안내서로는 가장 적합한 책이 된 것 같다. 대부분 알다시피 제주도에는 볼만한 문화재가 별로 없다. 대신 제주에만 있는 문화와 민속과 자연유산, 그리고 역사가 있다. 탐라이래 육지와 떨어진채 오랜세월 지내왔던 제주의 독특함과 역사적으로 유배지와 특수공물 진상처로 취급되었던 서러움, 그리고 부정할수 없는 제주인의 한 4.3이 모두 이 책에 녹아있다.

 

육지역사라고 해서 특별히 더 잘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제주와 관련된 여러 생생한 지식들을 접할수 있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유교수다. 삼성혈이나 관덕정,성읍마을이나 알았지 산천단이며 와흘 본향당의 여러 신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신혼여행 당시 그래도 사학과라고 민속박물관에 가서 진성기선생의 책을 한권 사기는 했지만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생각도 안난다. 다랑쉬오름도 못가봤다. 해녀가 일본에도 있다는 사실은 들어봤지만 조선시대때 남녀가 나체로 조업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한라산 높이가 1950m라는 것은 좀 똑똑한 초등생정도면 아는데 단지 일제시대에 일본인이 측량했다고만 알았는데 1901년 독일사람 겐테박사가 잰 것이라는 점도 이번에 알게되었다. 돌하르방이 1971년에 지방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여러 이름중 통합적으로 선정되었다는 점도.

 

제주의 4.3사건을 대체로 객관적으로 설명한 점이 돋보인다. 처음에는 충혼탑만 보면 피가 끓는다고 표현했던 사람인데 정부기관의 장을 지내고나니 부드러워졌나보다. 4.3은 대통령이 공식사과하고 아직도 보상신청을 받고있는 중이지만 사실을 밝힌다는 점이 참으로 어려운 듯 하다. 사실이라는게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수 있는 것이라면 사실이 곧 진실일수는 없고 그렇게 따지면 진실조차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영화 라쇼몽처럼.

 

이런 부분은 문학에서 그 이쪽과 저쪽의 이야기를 때론 처연하게 때론 한가롭게 풀어나가야 하는데 오랜동안을 일방적인 이야기만 들어온 터니 반대쪽 이야기가 진실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하며 느낀 것은 어디 한쪽이 일방적으로 옳은 경우가 있었던가 하는 점이니 좌파든 우파든 서로 목소리가 줄어들 턱이 없는 것이다. 사실 서로 줄어들어야 맞는 것인데... 대표적인 진보인사의 하나인 유홍준교수 자신이 분명히 밝혔듯이 4.3의 출발은 좌익의 정부에 대한 무력 도발이었다. 그런데 당시는 정부가 미군정이었으니 이걸 어떻게 봐야할지. 더 따지면 역시 이념으로 돌아가겠지만 오해가 증오를 낳고 증오가 폭력을 낳은 악순환이 결국 무고한 양민학살로 이어진 결과가 되었다.

 

몇십년만에 다시찾은 지난번 제주여행은 풍광위주의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혼자 다시 간다면 이책에서 소개해준 문화포인트에 조금 더 가까이 다녀볼수 있을 것도 같다. 아마도, 답사기따라 제주여행, 이런 타이틀을 내건 제주여전문여행사가 있지 않을까.

 

제주와 관련있는 역사인물이 너무 많은데 이름난 조선조 문인들만도 김상헌, 정온, 송시열, 이형상, 김정희, 임제 등등 여럿이다. 제주도에는 구석기유적지도 있으니 마치 강화도처럼 제주 역시 고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역사를 품고있는 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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