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잡는 자, 세상을 잡는다 -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꾸었던 칭기즈칸 이야기
서정록 지음 / 학고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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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잡는자, 세상을 잡는다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꾸었던 칭기즈칸이야기

서정록 / 학고재 / 599

 

예스24에 들어가 칭기즈칸으로 검색을 하니 무려 194개의 검색결과가 뜬다. 어린이위인전부터 역사 경영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많은 종류의 칭기즈칸이 존재한다. 위인전이 아니라면 대개 칭기즈칸을 찾는 사람들은 대제국을 건설한 그의 성과주의 리더십을 기대하는게 일반적이리라. 혹시라도 그런 종류의 기대를 품고 이책을 찾은 이들은 실망을 금치못할 것이다. 저자인 서정록은 그런 분야와는 거리가 먼 분이다. 그럼 우리 고대문화와 인디언의 영성탐구를 주로해온 저자가 칭기즈칸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민족과 문화의 원류를 찾아 공부하는 과정에서 몽골에 주목하였고 그런중에 800년전 몽골고원의 변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의문을 갖게되었다고 한다. 즉 칭기즈칸이 어떻게 하층유목민의 변화요구를 받아들여 당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모래알같은 몽골인들을 하나로 묶어 거대제국의 전초를 열었는지 알기위해 몽골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칭기즈칸의 발자취와 흔적을 따라 몽골전역을 답사한 기행문이자 칭기즈칸 연구라 할수 있다. 사진자료가 많고 간간이 그림지도를 첨부하여 이해를 도운다. 전체를 9개 장으로 구성했는데 그중 한 개 장은 고구려 부여와 바이칼의 관련성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이책의 주제는 역시 부제에 잘 나타나있다.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꾸었던 칭기즈칸 이야기”. 저자에 따르면 칭기즈칸의 천호제만호제는 귀족 평민의 신분제도를 철폐하고 능력만큼 대접받는 세상을 연것이라 한다. 그렇게해서 몽골인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세상을 사람답게 사는 곳으로, 사람들이 서로믿고 신뢰하며 더불어 사는 곳으로 만들려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칭기즈칸의 꿈과 이상이며 동시대 몽골인들의 꿈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울란바토르공항에서부터 시작하여 초원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칭키즈칸의 흔적을 찾아나선다. 좀더 알고싶은 사람은 세계지도를 갖다놓고 세심히 보면 더 좋겠다. 몽골고원은 현재 남동부가 내몽골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예속되어있지만 고대 스키타이족부터 시작 흉노, 돌궐, 타타르, 몽골족 등 북방유목민이 활동한 아시아 유럽을 잇는 주요 교통로였다. 책에는 씨족명 부족명이 혼재되어 나오는데 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약한 흉노 돌궐 타타르 몽골은 거의 비슷한 종족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몽골리안은 8세기이후에야 지역에 등장한다. 가장 늦게 나타난 몽골족은 13세기에 와서 하층유목민의 꿈과 이상을 공유했던 칭기즈칸이 활약하며 세계제국으로 변모한다. 칭기즈칸은 분배법을 평등하게 고치고 천호제만호제로 귀족과 평민 구분을 없앴으며 케식텐제를 실시해 개인의 능력과 전문성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런 저런 탐구과정에서 저자는 리더십이라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에 칭기즈칸을 다루었던 책들에서 그 리더십의 원천을 포용이나 개방성, 과단성 등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저자 서정록은 칭기즈칸이 영적으로 매우 성숙한 사람이었으며 그래서 인간을 잘 이해할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가는곳마다 영적 존재와 교감하고 인간의 본성을 찾으려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어느곳에서는 스스로 샤먼적인 모습도 비춘다.

 

칭기즈칸의 탄생지를 빈데르 비장의 언덕으로 확신하고 몽골인의 시조인 알랑고아가 바이칼 부리야트족 버드나무샤먼이었다는 점을 밝혀 주몽의 모친 유화부인과의 관련성을 제기한다.칭기즈칸의 성지인 보르칸칼돈산을 찾아 원래 이산이 부리야트에 있음을 확인하고 한역음인 불함산이 부리야트, 몽골, 백두 세곳에 존재하므로 부리야트 몽골 한민족의 관련을 더욱 깊게 인식하는 계기를 삼기도 한다. 몽골역사박물관에는 동명왕 람촐로(석상)가 있는데 동몽골지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로보아 부여의 동명왕( 우리는 주몽을 동명왕으로 알고있지만 사실 동명왕은 부여의 시조이며 고주몽이 부여를 탈출해서 고구려를 건국하며 동명왕 설화를 차용하여 자신을 신성시했다는 것이 사학계의 정설이다)이 이곳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물론 책에는 이런 역사탐구 뿐만아니라 테무진의 어린시절부터의 행적을 소설처럼 그리고 있기도 하다.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인근 메르키트부족의 젊은귀족과 막 혼례를 마치고 시집으로 돌아가던 신혼부부행열을 공격하여 이미 남의 부인이 된 허엘룬을 약탈하여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다. 물론 허엘룬과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다. 그 아들인 테무진은 어머니부족의 처녀였던 버르테와 혼인했는데 과거 신부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던 메르키트부족이 쳐들어와 버르테를 약탈해갔다. 테무진이 버르테를 되찾아왔을 때 버르테는 임신상태였고 그래서 테무진의 큰 아들은 원수의 씨였지만 테무진은 죽을때까지 큰아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형제살해, 자모카와의 우정과 배신, 양부 옹칸과의 갈등 등 연속극에 나올만한 주제도 많이 나타나있다. 인내 끈기 계기 기회 같은 기존의 영웅 조건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다. 이것이 칭기즈칸이 몽골인의 마음을 얻은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인들의 꿈과 이상이 특히 하층민들의 꿈과 이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몰락한 테무진의 가문인 보르지긴씨족이나 키야트부족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 꿈인가? 사회적 신분편제에서 벗어나 귀족이 되는 것이 꿈인가? 초원지대의 춥고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단지 평화롭게 먹고살기를 바라는 것은 꿈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지도자든 개인적인 호의호식에서 벗어나 잘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면 그를 쫒았을 것이다. 칭기즈칸의 특별한 매력과 능력은 무엇인가?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하고 각 지역을 정복하는 과정, 그 무력이나 전략전술, 무자비하고 잔인한 처리 등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칭기즈칸 리더십의 정체나 군사 정치적 패권장악과정을 알고싶은 이들은 이책을 보면 안된다. 어찌보면 한계점이라고도 말할수 있다. 무엇보다 참고자료나 찾아보기가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그러나 다른 눈으로 역사를 보고픈 사람, 한국과 몽골의 역사적 관련을 알고싶은 사람, 서정록의 영성탐구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책은 보다많은 것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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