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12
김호동 지음 / 돌베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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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인문학에서 역사 말고 역사학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가볍게 훑어보려고 집었다가 금방 빠져들었다.

 

이 책은 한국연구재단 주최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2009)에서 4회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된 것인데 학술적 입문서라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재미있게 서술되지 못한 단점은 있겠지만 인문서를 자처하는 여타의 책들이 주는 가벼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 김호동은 하버드에서 내륙아시아와 알타이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에 재직중인 유목국가 전문가이다.

 

책은 네부분으로 구성되어 각기 /실크로드와 유목제국/세계를 제패한 몽골제국/팍스 몽골리카/세계사의 탄생/ 의 제목을 달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세계사란 고등학교 교과서로 등장하는 세계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명의 형성 발전 전파라는 큰주제와 관련해서 지구상의 여러 지역과 문명들이 공간적으로 연관성을 맺고 시간적으로 계기적 발전을 이룩하는 총체적 과정을 의미한다. 그래서 동아시아나 유럽 등의 소지역 단위가 아닌 동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북부까지 아우르는, 아프로유라시아의 문명전개를 유목민을 키워드로 분석하고 있다.

 

몽골제국은 13세기 초에 건국되어 정복전쟁을 이어나가 인도 중동을 포함하는 아시아대륙의 대부분을 석권하고 교통통신 네트워크를 만들어 유럽과 아프리카를 포함하는 문물교류의 장을 마련해주었다. 그러한 팍스 몽골리카를 배경으로 대여행의 시대가 시작되어 사신,종교인,상인들이 원거리여행을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아프리카대륙을 포함한 상세한 세계지도가 처음 제작되어 비로소 사람이 사는 전대륙이 하나의 온전한 실체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가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사의 탄생’이라 부를수 있는 시대였다. 그 직후 이어진 대항해시대와 유럽의 발전은 팍스 몽골리카로 인해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유목민 유목국가가 미친 거대한 영향력을 지금까지는 너무 경시해왔다는 것이다. 스카타이 흉노 돌궐 위그르 타타르 거란 몽골 등등 북방유목민족의 실상은 많이 왜곡되어왔다. 그중 이책은 몽골이 세계제국으로 성장하면서 유목민과 농경민의 대립구조를 성공적으로 융합하였음을 보여준다.

 

이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 여러 가지지만 그중 하나는 최초의 세계사가 현 이란인 일칸국의 재상 라시드 앗딘이 저술한 방대한 책 <집사集史>라는 것이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 이책은 김호동의 번역으로 출간되어 있다.

 

가난하고 볼품없는 나라로 전락한 몽골. 그러나 그 선조의 나라는 역사상 최대의 육상 제국으로 존재했고 강력한 정치적 지배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화적으로 전세계와 교류한 진정한 세계제국이었다. 각장마다 상세한 미주를 달았고 참고문헌이 수백편인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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