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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 신경숙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9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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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 있었건, 마지막 마침표가 찍히면 소설은 끝난다. 마침표 뒤의 일은 막연한 상상의 영역으로 남는다. 픽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논픽션도 아니라는 <외딴방>을 읽으면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한 소녀를 만날 수 있다. 7, 80년대 산업화 현장에서 에어 드라이버 질에 익숙해진,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늦밤에 듣는 수업이 일상인 소녀를. 하지만 손에 쥔 펜을 놓지 않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부단히 읽던 문학소녀를. 단문으로 각인된 가녀리고 섬세한, 하지만 결코 무르진 않아 매력적인 소녀가 외딴 방에 침잠해 있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우리의 삶은 한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큰일이 있건, 또 행복하거나 슬프건 간에 대개 그것들은 흘러간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머물러 있는, 한때 <외딴방>의 소녀였던 신경숙은 이제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그 시간 사이에 순수했던 문학소녀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문단의 거인이 되었다. 문학소녀가 문단의 거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시간이 필요했을까. 이를 말하고자 한다면, 아마 또 한 권의 소설이 필요하리라. 아무튼, 이제 더 이상은 소녀일 수 없는 신경숙이 지금 다시 <외딴방>을 읽고, 책 속에 영원히 박제된 어린 시절의 자화상을 마주하면 어떤 생각을 떠올릴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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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신을 찾아서 -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 성찰 시리즈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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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깊건 얕건 간에, 책은 저자의 투영이다. 강유원은 여태의 저작들에서 선생 강유원, 공부하는 강유원의 모습만을 투영하고자 했다. 그래서 선홍빛 표지를 보며 궁금했다. 왜 <숨은 신을 찾아서>일까. 이 제목은 도발적이다. 적어도 여태의 저작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다. 강유원이 이런 제목을 붙였다니, 조금은 그답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 책을 읽었다.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데카르트의 <성찰>을 중심으로 쓰였다. 이 두 텍스트를 비교하며 중세인과 근대인이 생각하는 세계의 근본 원리, 혹은 ‘신’에 관한 의식의 차이를 살핀다. 믿음의 체계를 밝히는 과정이니만큼, 논리 구조가 조금은 빈약한 곳도 있다. 하나 결코 성긴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곳곳에는 선생 강유원이 아닌, 인간 강유원의 내밀한 곳이 투영되어 있었다. 논리나 이성으로는 증명되지 않되 삶의 궤적에 언뜻 비치는 ‘신’의 흔적을 더듬는 강유원의 모습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렇게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 강유원이 자리하지 않으면 이 책은 성립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은 <숨은 신을 찾아서>일 수밖에 없었지 싶다. 그가 앞으로 어떤 책을 쓸지 모르지만 어쨌건 나는 그의 독자일 것 같다. 영원은 아니더라도, 아마 확신컨대 꽤 오랜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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