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 신경숙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9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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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 있었건, 마지막 마침표가 찍히면 소설은 끝난다. 마침표 뒤의 일은 막연한 상상의 영역으로 남는다. 픽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논픽션도 아니라는 <외딴방>을 읽으면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한 소녀를 만날 수 있다. 7, 80년대 산업화 현장에서 에어 드라이버 질에 익숙해진,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늦밤에 듣는 수업이 일상인 소녀를. 하지만 손에 쥔 펜을 놓지 않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부단히 읽던 문학소녀를. 단문으로 각인된 가녀리고 섬세한, 하지만 결코 무르진 않아 매력적인 소녀가 외딴 방에 침잠해 있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우리의 삶은 한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큰일이 있건, 또 행복하거나 슬프건 간에 대개 그것들은 흘러간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머물러 있는, 한때 <외딴방>의 소녀였던 신경숙은 이제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그 시간 사이에 순수했던 문학소녀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문단의 거인이 되었다. 문학소녀가 문단의 거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시간이 필요했을까. 이를 말하고자 한다면, 아마 또 한 권의 소설이 필요하리라. 아무튼, 이제 더 이상은 소녀일 수 없는 신경숙이 지금 다시 <외딴방>을 읽고, 책 속에 영원히 박제된 어린 시절의 자화상을 마주하면 어떤 생각을 떠올릴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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