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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우울 - 우울한 마음에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다
이묵돌 지음 / 일요일오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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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울도 모두 나의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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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좌백.진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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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무협소설이라 하면 화려한 장풍에 멋들어진 격검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기실 무협의 본질은 살상이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건 상대를 해하거나 죽여 명예를 얻는 세계인 것이다. 좌백은 출세작 <대도오>부터 대표작 <혈기린 외전>에서도 무협소설의 본질, 혹은 당위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궁리한 작가인데, 이번 <애견무사와 고양이 눈>에서도 강호의 본질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그에 따른 문제제기는 여전하다.

 

다만 이 글이 지난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 이 글을 쓴 최초의 요인이라고도 하는데, 여전히 비정한 강호의 풍경을 보여주되 개 한 마리가 종종 그까짓게 뭐냐는 듯 꼬리를 흔드는지 말을 하는지, 아무튼 강호의 비정함을 한순간은 잊게 만든다. 그의 필명처럼 원래부터 실소를 유발하는 데에도 탁월한 작가이긴 하지만, 서사적 차원에서 비정한 풍경을 가린 적은 내가 알기로 모든 작품을 통틀어 없었으니까.

 

사족이 길었다. 본편 이야기를 하자면 애견무사폐허의 개들은 옴니버스형 이야기 전개를 위한 훌륭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딘지 답답한 구석은 있어도 나쁘지 않은 성정에 필요할 때는 역할을 놓치지 않는 주인공, 그리고 무공이면 무공 도술이면 도술까지 수준급인 파트너, 게다가 강력하면서도 매혹적인 악역까지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쓰게 된 연유야 어쨌건 정말 탄탄한 정통 무협의 세계관의 구축된 것이다.

 

이 두 작품을 읽고 생각했다. 좌백은 강호의 셜록홈즈를 꿈꾸는가 하고. ‘미래를 위해돈을 긁어모으는 도사와 풋내가 가시지 않은 신출내기 콤비는 셜록홈즈 이후로 꽤 포멀한 조합인데, 여기에 말하는 개 가 더해져 기존의 식상함에 웃음을 더한다. 게다가 돈을 받고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인 추리물의 플롯이라, 이대로 장기연재를 해도 좋겠다 싶었다. 마치 <퇴마록> 국내, 세계편 느낌으로. 물론 좌백이 그럴 리 없지만.

 

피 묻은 칼끝이 흔들리고 누군가의 숨이 멎어야만 하는 곳이 강호라 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웃음과 울음, 그러니 드라마가 있다. 이 콤비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가려진 강호의 드라마 한 편이 드러나고, 여기서 마냥 심각해지는 이야기가 되려 하면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와 너털웃음을 짓게 한다. 그러니 억지로 갖다 붙이자면, 비정한 강호의 한 줄기 유정을 찾아가는 추리물이라 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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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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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그리고 리비우스의 <로마사>로 이어지는 정통 사학의 계보를 따라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이종인 선생께서 옮기셨다니 더욱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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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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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제목을 보자. 한낮의 연애라니, 그것도 너무 한낮의. 사전적으로 한낮이란 낮 12시 전후를 뜻한다. 대개 점심을 먹는 12시 즈음의 연애란 어떤 연애일까.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연애는 아니지 않을까. 이름난 식당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낮술을 할 수도 없고, 놀러 가자니 어디건 장사는 하는지부터 걱정되는 시간이 ‘한낮’인데, 이맘때의 연애라니 마치 평일의 결혼식 같은 느낌 아닌가. 불편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또 없는. 한편으로는 화창한 정오의 햇살을 받으며 연인과 산책할 때 어깨에 내리 앉는 안온함과 산뜻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 책이 그렇다. 책장을 펴고서 글을 읽어보면 몇 작품들에서는 살을 옥죄며 빠져날 구멍이 없는 미묘한 불편함을, 또 몇 작품들에서는 그런 불편함 뒤에도 우리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위안을 어떻게 얻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동전의 앞과 뒤를 동시에 다루는 책의 내용처럼 ‘너무 한낮의 연애’ 또한 우리 삶의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겨냥하는, 적절한 제목이지 싶다. 그리고 이런 세련미를 지닌 김금희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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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 신경숙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9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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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 있었건, 마지막 마침표가 찍히면 소설은 끝난다. 마침표 뒤의 일은 막연한 상상의 영역으로 남는다. 픽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논픽션도 아니라는 <외딴방>을 읽으면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한 소녀를 만날 수 있다. 7, 80년대 산업화 현장에서 에어 드라이버 질에 익숙해진,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늦밤에 듣는 수업이 일상인 소녀를. 하지만 손에 쥔 펜을 놓지 않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부단히 읽던 문학소녀를. 단문으로 각인된 가녀리고 섬세한, 하지만 결코 무르진 않아 매력적인 소녀가 외딴 방에 침잠해 있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우리의 삶은 한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큰일이 있건, 또 행복하거나 슬프건 간에 대개 그것들은 흘러간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머물러 있는, 한때 <외딴방>의 소녀였던 신경숙은 이제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그 시간 사이에 순수했던 문학소녀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문단의 거인이 되었다. 문학소녀가 문단의 거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시간이 필요했을까. 이를 말하고자 한다면, 아마 또 한 권의 소설이 필요하리라. 아무튼, 이제 더 이상은 소녀일 수 없는 신경숙이 지금 다시 <외딴방>을 읽고, 책 속에 영원히 박제된 어린 시절의 자화상을 마주하면 어떤 생각을 떠올릴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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