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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잠깐 제목을 보자. 한낮의 연애라니, 그것도 너무 한낮의. 사전적으로 한낮이란 낮 12시 전후를 뜻한다. 대개 점심을 먹는 12시 즈음의 연애란 어떤 연애일까.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연애는 아니지 않을까. 이름난 식당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낮술을 할 수도 없고, 놀러 가자니 어디건 장사는 하는지부터 걱정되는 시간이 ‘한낮’인데, 이맘때의 연애라니 마치 평일의 결혼식 같은 느낌 아닌가. 불편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또 없는. 한편으로는 화창한 정오의 햇살을 받으며 연인과 산책할 때 어깨에 내리 앉는 안온함과 산뜻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 책이 그렇다. 책장을 펴고서 글을 읽어보면 몇 작품들에서는 살을 옥죄며 빠져날 구멍이 없는 미묘한 불편함을, 또 몇 작품들에서는 그런 불편함 뒤에도 우리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위안을 어떻게 얻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동전의 앞과 뒤를 동시에 다루는 책의 내용처럼 ‘너무 한낮의 연애’ 또한 우리 삶의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겨냥하는, 적절한 제목이지 싶다. 그리고 이런 세련미를 지닌 김금희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