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랜덤 워크 - 영화와 음악으로 쓴 이 남자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 <김태훈의 랜덤워크>를 읽기 전에 저자이신 김태훈씨가 TV며 라디오에서 종횡무진 맹활약하고 있으신 것을 본 적이 많이 있었다. 처음 팝칼럼리스트로 등장하셨을 때부터 독특한 유머감각과 논리적인 이야기전개로 관심을 끌으셨었는데, 날카로우면서도 경기용 펜싱 칼처럼 끝에 보호구를 장착한 듯 그렇게 많이 상처입히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부담없이 듣기 딱 좋은 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내용들이 그냥 그런 세간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책도 많이 읽고, 음악도 많이 듣고, 생각도 많이 했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은 내용들이라 들으면서 내 생각을 수정하게 되는 것도 있었고, 배울 수 있는 정보도 있는데다 재미있고 위트있는 이야기들이라 더욱 좋았던 것같다.

 

  이 책의 내용들도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주로 영화와 음악에 관한 내용들로 시작해서 결국엔 저자인 김태훈씨의 생각들로 가득한 글들인데, 무척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고, 조금 고개를 갸우뚱할만한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정도의 이야기들이라 쉽게 읽기 좋은 책이다. 단지, 라디오나 TV등의 방송에서 보고 들은 것같은 날카로움이 조금 더 사라진 듯해서 양념으로 치자면 약간 심심한 부분도 있지만 책으로 읽기엔 더 좋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또한, 2010년 대한민국에서 부모님과 한집에서 동거하며 사는 40대의 미혼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사는가 하는 것도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책임감과 자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재미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가 읽은 책이나, 본 영화나 들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불쾌하다거나 홍대클럽을 다녀와서 노브레인과 넬의 음악을 이야기한다거나 90년대를 풍미한 청춘 송가 <Creep>가 너무 히트쳐서 오히려 라디오헤드가 더이상 연주하지 않기로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흔히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방송에서 김태훈씨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다음 책에서는 날카롭고 듣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찌르는 위트를 좀더 보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이상 젊지 않은 상황에서 모험을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후일을 책임질 수 없는 독자의 입장에서 강하게 부탁드리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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