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책의 제목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같다. 흡사 욕설처럼도 들리는 <아불류 시불류>는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제목에서부터 작가인 이외수님의 위트가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책 속의 짧은 글 323개는 사라져가는 한국의 동식물들을 세밀화로 그려낸 정태련님의 섬세한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짧은 글임에도 글속에서 감동을 갖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내가 읽기로는 지난번의 <하악하악>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글이 짧으면서도 이어지는 소설과 같은 내용이 아니라 어느 부분을 보아도 관계없이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을 수도 있고, 한꺼번에 읽어도 부담이 없다.
 

  책을 읽을 때면 그 때마다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얼마나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이 책 또한 마음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읽는다면 격한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테고 바쁜 마음에 급하게 읽어버린다면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이 빠른 시간내에 독파할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예쁘게 만들어진 책이라 두고두고 읽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한 번 읽고 말 일은 아니다.

 

  323개의 짧은 글들은 323개의 짧은 생각들일 터인데, 그 모든 생각과 공감한다는 것은 글을 쓴 본인에게도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때그때 마음의 상태에 따라 받아들이고 내 삶과 생각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번에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못 배운 사람의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배운 사람의 억지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219번의 글이었다. 개그맨들의 우스개소리중에 '다 알만한 사람이 그래~'라는 것이 있는데, 살면서 참으로 몰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 억지부리는 상황을 만날 때가 있는데, 아주 당황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나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책을 읽는 때와 가까운 시기에 마음으로 생각하던 것과 책의 내용이 만나게 되면 이 책을 읽는 재미랄까 책을 읽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만이 아니라 이외수님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때가 있으니 말이다. 요즘 트위터를 하면서 이외수님의 글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책 또한 트위터의 게시물을 읽는 듯한 가벼움으로 쉽게 읽혀 좋았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