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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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메두사의 시선>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짧은 기억만으로 읽기엔 무리가 있는 책이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단편 12개로 구성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두사의 시선' 편만 보아도 그러하다. 알고 있던 메두사라면 뱀의 머리로 된 머리카락을 가진데다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돌로 굳어진다는 고대의 괴물이다. 여신의 명을 받고 메두사를 처치하러 나선 페르세우스는 헤르메스로 부터 날개달린 신발을 받고, 하데스에게 쓰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투구를 받아 중무장을 한다. 여러 신의 도움으로 무장을 한 페르세우스는 비교적 쉽게 메두사의 목을 잘라 아테나에게 바치고 아테나 여신은 메두사의 얼굴을 자신의 방패 중앙에 달아 위용을 과시한다는 것으로 끝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는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시선을 마주하면 굳어진다는 메두사의 목을 받은 것이 지혜의 여신 아테나인 것에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불변의 진리를 찾아내어야 하고 자연현상의 모든 것을 화석화하여 그 안에서 진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메두사의 시선과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가히 신화속에 과학의 운명이 숨어있다고 할만한 해석이다.
 
.. 책 속에 나온 12편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로웠으나 그 중 특히 관심이 더한 글은 '피그말리온의 타자성'이었다. 신화속의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자조각을 사랑하게 되고, 이 소원을 들은 아프로디테는 그것을 여자로 만들어 준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조각을 사랑한 이상한 사람이고, 그 조각도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하는 정도의 궁금증이였는데, 책의 저자인 철학자 김용석씨가 풀어낸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는 현대의 로봇 기술에 걸쳐져 인간 존재에 관한 의문에까지 확대된다. 인간의 진화와 더불어 로봇도 진화할 것인데 이전에 노예를 인간이하의 하등한 생명체로 생각했던 것처럼 로봇도 인간이하의 존재로 부릴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더해지는 것이다. 하기는 요즘처럼 과학의 발달이 빠른 시대에 지금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 책의 내용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적어도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한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내용을 전부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다만, 뒷편의 도움말에 실린 스티븐 와인버그의 ' 우리의 탐구 성과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적어도 탐구 그 자체에서 어떤 위안을 느낀다'는 글에서 위안을 느꼈다고 해야겠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성과보다는 읽었다는 행위 자체에서 위안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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