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 이 책은 어떤 부류의 책일까. 유태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국민들까지 파괴해버린 나찌에 대한 고발인걸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던 약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일까. 미성년과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생각을 요구하는 글일까. 그것도 아니면, 알면서도 감출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책인걸까. 단지 평소 좋아하던 케이트 윗슬렛 주연의 영화가 곧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될 것이라는 기대에 읽기 시작한 것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그리고 읽은 후 충분한 생각이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익지 않은 술이라도 꺼내놓아야 한다면 단편적인 이야기밖에 안되겠다. 더군다나 그래서 그런 것일지 더 생각을 해본 후에도 같은 생각일지는 시간이 지나봐야겠지만, 지금 생각엔 누구를 단죄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한 일일까 하는 것이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다. 
 
.. 그녀가 잘했다는 것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잘못했다. 죄없이 죽어간 수많은 생명들이 정의를 요구한다면 당연히 요구되어질 목숨일 것이다. 어쩌면 용과 결투하던 중세시대라면 모든 것이 쉬울지도 모르겠다. 나쁜 용은 죽고, 기사는 공주를 구한 용사가 된다. 그러나, 세상사라는 것은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흑과 백으로 나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조그마한 개울이라면 충분히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속에서 물길을 찾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힘을 가진 기득권의 남자에게도 쉽지 않다. 그녀는, 젊었던 그녀 한나는 철학도 없고 깊은 생각도 없고, 심지어 글조차도 모르는 젊은 여자였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동포들 속에서 자국민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여 죽음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물론, 무지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녀 또한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재판에서 그런 행동을 취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니 어쩌면 단지 지쳤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더이상의 가면은 힘들고 지쳐서 모든 것을 받아들여 버린 것일지도. 

.. 그녀의 말 중에 '너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너한테 해명을 요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야'라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어쩌면 그녀는 오만하게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왕따시켜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벽을 자신의 주변에 쌓아올렸기 때문에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긴 감옥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을 지키고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를 일이다. 작가는 결국엔 인간은 모두 어리석고, 어리고, 외롭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누구도 타인을 지켜줄 수 없고, 결국에 지켜야 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이야기일지도. 그저 남은 감상은 돌은 들었으되 던질 곳은 모르겠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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