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 처음 이 책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읽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를 보려고 했을 때는 책을 쓴 저자의 이력이 굉장해서 패션강국 이탈리아에 대해 좀더 심도깊게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이탈리아 밀라노의 마란고니 복장예술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양국 사이의 다양한 문화 및 산업 교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니만큼 그곳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며 패션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그러나, 그런 쪽의 이야기보다 우리가 이탈리아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이탈리아 남자는 모두 바람둥이다'라거나 '이탈리아의 모든 것은 패셔너블하다'라거나 하는 선입견들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욱 많이 실려 있어 사실 더욱 재미있었다.  

.. 여러가지 사회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모두 재미있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에 관해 저자의 이탈리아 친구가 했다는 말이다. 이 친구가 저자의 아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학교갔다가 자정에 돌아와 다시 숙제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가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가, 부모는 자면서 자식을 못자게 하다니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창의성도 생기고 자립심도 형성되는데 모두 미쳤구나. 이렇게 해서 모두 대학나오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냐고 했다는 것이다. 집단의 내부에서는 자신이 현재 속한 집단의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집단에 속하지 않은 외부인이 제대로 보는 경우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고학력지향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참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현재 경제가 나빠지고 대학졸업자들이 취업해 일할 자리가 없는 현실이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 그러나 사실 이런 일은 한사람이 각성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도무지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게 문제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런 여러가지 한국과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이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할 뿐 무엇인가를 강요한다거나 가르치려는 투가 아니라서 읽기 쉽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과거 해외여행이 부자유스럽던 때가 언젠가 싶게 현재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더이상 낯선 개념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우리들만의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도 물론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네 이웃 나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고 좋은 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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