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오쿠다 히데오는 내게는 참 묘한 느낌을 주는 작가이다. 처음 접했던 그의 소설들은 날카로운 면이 있긴 했지만,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는데, 그의 소설들을 점점 더 찾아 읽게 되면서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 책 <방해자> 이전에 읽었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에서부터 갸우뚱하게 만들더니 <최악>에서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었고, 이번의 <방해자>를 읽으면서는 복잡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며,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제 나름의 확실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거기다 가끔 읽기조차 괴로울만큼 현실적인 문제들을 차분히 진행시켜나가는 것은 참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를 필력이다.

 

.. 이 책 <방해자>의 주인공들은 고개를 돌리면 바로 옆에서 살고 있을 것같은 평범한 이웃들이다. 경찰서내의 문제며, 주부 아르바이트의 현실이며, 소소한 욕심이 불러온 한순간의 판단착오까지 무엇 하나 특별히 현실과 다를 것없어 보이는 일들이 소설속에서 함께 얽히기 시작하면서 경사면에서 굴러내려오는 눈덩이가 점점 커지는 것처럼 일상을 철저하게 파괴시키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부당한 현실에 함께 분노했고, 약하기 때문에 굴복해야 되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답답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나 또한 뚜렷히 해답을 내놓을 수도 없이 단지 외면해 온 문제들이 책 속에서 낱낱히 밝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읽기 괴롭기도 했다. 그러나, 독서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도록 하고, 가상이라는 껍질을 씌워 충격을 조금 줄여주면서 함께 해결법을 찾아보자고 하는 것, 이것 또한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이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 세권이 되는 책이었지만 내용에 푹 빠져 빠른 시간내에 읽어버린 책이고, 읽고나서도 아련히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모두가 특별한 것을 바랬던 사람들이 아니고, 모두 그저 일상의 작은 행복만을 바랬을 뿐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되고 만 것일까. 후회한다고, 다시 그 선택의 순간에 설 수 있다고 한들 그들의 모습이 바뀌었을까.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작부터 가지가 자라온 이야기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하나 다시 선택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 책을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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