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5 - 독수리의 승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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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르> 시리즈를 읽으면서 테메레르라는 가상의 용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지만, 그보다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결국 인간세계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옳고 그른 것에 앞서 서열과 체면을 생각해야 되는 인간세상에서 지능을 갖고 생각을 할 줄 아는 용을 단지 동물로만 대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용을 이용하려는 이기심은 사실상 참으로 현실을 있는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전쟁과 관계된 책이나 영화를 보면 항상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느끼게 되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에서 '대'와 '소'의 결정이 한쪽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착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인간들의 전쟁에서 왜 용들이 희생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도 사실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하긴 그렇게 보자면 말이나 소는 죽이거나 막 대하여도 되는 거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적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라면 좀더 존중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 자신의 비행사인 로렌스에 대한 테메레르의 맹목적인 충성심과 뛰어난 지능이 상반된 느낌이긴 하지만 테메레르는 실제의 사람이 아닌 용이고,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것은 소설속의 인간들이 아니라 용인 테메레르가 아닐까 싶다. 시리즈 5권을 통해 테메레르의 탄생에서부터 양육과 성장, 그리고 청년기인 지금까지를 계속 지켜본 독자중 한사람으로 테메레르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가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테메레르에게 어떤 날들이 있을지, 자신의 의지를 꺾이지 않고 독립적인 지성을 가진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함께 되는 그런 존재가 된 것이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에서 하늘 가득 용들이 날아다니고, 독액과 화염을 내뿜는 격렬한 전쟁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해준 작가 덕분에 오히려 21세기 고층 건물들 사이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용들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백일몽에 잠기는 즐거운 상상도 가능해졌다. 이 시리즈가 끝나더라도 이전에 생각하던 것처럼 '나쁜 용과 그 용을 죽이는 왕자'라는 단순 구도에서 벗어난 좀더 신선한 판타지 소설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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