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리스트

제이리스트: 전달자
장태일 지음 / 팬덤 / 2008년 9월

.. 이런 소설을 무비픽션이라고 하는가 보다. 이 책 <제이리스트>는 영화에 관계된 모든 것이 금지된 세계로 본청이라는 기관에 의해 불법유통되는 영화를 수색한다. 주인공 오현수는 제이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본청의 수사관이다. 소설의 전개에 따라 제이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영화의 장면들을 떠다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눈치챌 수 있었던 영화의 수도 꽤 되지만, 내가 모르는 장면의 영화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떻게 보자면 영화의 장면들을 넣어 쓴 글이니 쉽게 쓴 글일까 싶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고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듯 싶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처음보는 스타일의 소설이라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이겠다.

 

.. <제이리스트>의 세계에서 영화를 금지시킨 것은 영화라는 것을 감각의 착란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각의 느끼는 자들을 전부 처단했던 영화 <이퀄리브리엄>의 세계보다는 좀더 나은 세상인 것일까. 처음부터 무비픽션이라는 이름하에 써진 책이니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영화를 찾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전개되는 소설의 내용과 책에 등장하는 영화의 내용들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두가지 재미가 있었다. 제이가 활약하는 세계도 재미있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화의 장면과 영화속 주인공들이 당시 영화를 볼 때의 기분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어서 그것도 좋았다.

 

.. 제이의 세계에서는 영화를 금지하고 있지만, 생각해보자면 어떤 세계이든 약간은 이해가 가지 않는 특이한 규칙이나 정책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특이한 규칙들은 심지어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어떻게든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가 고심해서 만들어낸 것일 것이다. 약간은 소설에서 벗어난 생각에도 빠져볼 수 있는 것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가볍게 읽기에 좋고, 책 속에 숨겨진 영화들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니 특히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 더할 듯 싶다. 앞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가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을 보니 왜 조회수가 그렇게 높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