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 인간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자신을 지지해줄 가족도, 생계를 이어갈 수단도, 인생에 대한 믿음도 없는 상황이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괴랩소디>는 그런 최악에 가까운 상황에 처한 주인공 다테 히데요시의 이야기이다. 몇 번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과자이면서 그런 자신을 거둬서 돌봐주던 회사 사장을 때리고 회사차까지 훔친데다 갖고 있는 돈은 모두 도박으로 날리다니,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데 사실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자부하면서 매일 일하는 평범한 사람도 자칫 잘못하면 다테 히데요시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이야기같기도 해서 현실감이 드는 이야기이다. 

 

.. 결국 이런저런 상황으로 절망에 빠진 그는 자살을 결심하는데, 그 과정이 뭐라고 해야 할까.. 삶을 포기해야하는데 포기 못하는 미련이랄지가 그대로 드러나서 웃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우습다. 그런데,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다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러가지 자살법을 연구하던 이데요시가 미적거리다 마지막 선택을 하려는 순간에 나타난 부잣집 아들 덴스케로 인해 목표가 생긴다. 궁지에 몰리다 못해 덴스케를 유괴하여 돈을 받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교도소에서 만났던 감방동기에게 주워들은 유괴방법에 대해 떠올리며 나름대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 재수없는 다테 히데요시. 그가 유괴한 아이는 근방에선 누구나 아는 야쿠자 두목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유괴는 참으로 심각한 범죄이고 더군다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는 용서의 여지가 없는 큰 죄이다. 그럼에도 이 <유괴랩소디>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오기와라 히로시는 그동안 여러편의 소설을 통해 현실감 있으면서도 어느 한구석엔 따뜻한 인간미를 간직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글을 써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주인공인 다테 히데요시조차 유괴범이긴 하지만, 외롭게 자라던 덴스케에겐 즐거운 여행기억을 안겨주고 있다. 참으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맞는 경우인 것 같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