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이전에도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고 '뇌신경과가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었다니'하는 생각을 했었다. 인간의 뇌라는 것은 정말 평소 생각하던 것보다도 한층 더 섬세한 영역이라 작은 변화만 있어도 취향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고, 인격마저 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내 취향이 변하고, 내 인격이 바뀐 것처럼 보인다면 그 때도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일까. '나'와 '너'의 한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었다.

 

.. 이번에 나온 <뮤지코필리아>는 뇌신경과와 관계된 여러 사례들 중 음악과 관계된 것들만 모은 책이다. 이 책 역시 어떻게 보자면 무척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도 이전 책들처럼 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흥미롭게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도록 참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서 특히 좋은 책이다. 특히,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과 언어의 관계성이라든가, 절대음감과 공감각의 소유자들에 관한 내용은 최근 흥미를 갖고 있는 부분이라 매우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또한 평균지능이 60정도인 윌리엄스 증후군에 대한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들은 지능지수가 낮은 대신 매우 음악적이라 그중 일부는 훌륭한 음악적 능력으로 음악가로 활약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한명인 글로리아의 아버지가 한 말이 참 기억에 남았다.

 

"우리는 그녀가 '정신지체'라는 것을 압니다." 하워드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나 윌리엄스 증후군이 있는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복잡한 음악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관한 한 우리가 '지체'아닌가요?"

 

..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모두가 같은 인류이다. 때로는 같은 일에 분노하고, 비슷한 사회관을 갖고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하나하나가 참으로 다르다. 음악에 대한 감수성도, 언어에 대한 감각도, 생각하는 방향도 지구상에 동일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뇌는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한 작은 뇌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결합들이 개개인마다 달라져서 그런 차이로 인해 개별화된 다른 인간들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책이고, 다만 읽고 나면 헬멧을 쓰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단점이긴 하다. 그러나, 정상인과 지체장애인을 나누는 기준이 부적절하게 보일만큼 인간은 다 다르고, 누구도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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