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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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글로 쓰인 먹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심취한 것은.

물론 18세기에 삼총사의 작가 알렉산드르 뒤마는 그가 쓴 마지막 책이 요리대백과 사전이었을 만큼 인류의 역사에서,

특히 글쓰기에서 먹는 것이라는 주제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석기 시대의 벽화라는 낙서조차 먹는 것이 주제였을 정도이니 인간은 정말 먹는 것에 진심이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 쓰여져 있는 먹거리라는 이야기들은 오랜 역사속의 식사 혹은 요리를 묘사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마치 먹는 일이야 말로 세상을 치유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며,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행위처럼 표현되어

‘힐링’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단계에 까지 이른 듯 하다.

오늘 책 한 권을 읽었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지개 곳의 찻집이라는 작품을 더 기억하기가 쉬울 터인데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을 영화화한 [이상한 곶 이야기]로 사실 처음 만났다고할 수 있다.

나 역시 그 영화로 처음 모리사와 아키오를 알게 되었는데 일본의 작은 힐링영화의 특징을 다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였다.

사연이 있는 주인공들, 쓸쓸한 바닷가 그리고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


사실 이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이란 작품도

전히 이 이야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모리사와 아키오는 사실 이미 전작에서도 먹는다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형태의

플롯들을 만들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담담하게 잘 풀어낸 이야기이다.

먹는 것이 소재이지만 결코 가벼운 먹거리는 아니며 먹는 것을 드러내되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내기에 이 책은 세시간동안 한번도 쉬지않고 읽게 되고

그 시간이 파편화 되지않은 참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는 마치 몸에는 딱히 좋을 것 같지 않은 아주 저급한 당질의 음식이라든지,

혹은 찰나적인 만족감 때문에 마시게 되는 뜨거운 맥심 커피 한 잔에 달콤한 맛에

끌리는 게 아니라 소중히 다루는 식재료의 정성이나 만들어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그릇같은 그런 작품이라고 할까.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은 그런 책이다.

이야기는 일본의 아주 한적한 포구가 배경이다.

다쓰우라라는 지명의.

그곳에 사는 할아버지와 상처받은 손녀 에밀리가 주인공이며 몇 안되는 주변인물들과의 잔잔하지만 가볍지않은 인연의 이야기들이다.

목차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각 장들의 제목은 전부 먹는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먹었다는 어떠한 사정보다는 오히려 먹어서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계기를 전달해주고, 계기와 결과를 전달해 줄 뿐, 먹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먹고 싶어진다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어떤 의미로 우리가 맛을 음미해야 되는가

그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바닷가 마을, 다쓰우라는 내게 어떤 추억을 떠올리면서 읽을 수 있었기에 더 좋았다.

약 30년 전 처음으로 혼자 일본을 배낭 여행을 갔던 시절 그 당시만 해도 히치아킹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만해도 남들이 잘 안 가게 되는 시코쿠를 나는 방문한 적이 있었고, 시코쿠에서 이름도 모르는작은 포구를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저녁놀이 지는 즈음에 아무도 아는 이 없고 외국인은 더욱 없던 쓸쓸한 항구에서 느꼈던 그 외로움과 불안함이 오랜 만에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주인공 에밀리가 역시 십몇년만에 할아버지를 찾아 온 다쓰우라라는 작은 포구에 도착했을 때 느낀 감정에 공감해서 였으리라.

그런 감정이 겹쳐서였을까 나는 쓸쓸하고 한적한 포구의 이야기가 더 친근하게 다가왔나보다.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은 에밀리의 작은 부엌카를 단순하게 하나 읽어보는 소설이 아니라 좀 더 내적인 만족감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인생 가치를 남이 판단하게 해선 안 된다.

반드시 스스로 판단해라. 다른 사람의 의견은 참고 정도만 하면 돼.”

(본문중에서)

이런 평범한 잠언이 더 마음에 와 닫는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접하면서 기대하거나 혹은 선입견으로 떠오르는 먹는 이야기이거나 혹은 요리를 만들면 그저 힐링되는 이야기책은 아니다.


“세계는 바꿀 수 없어도 기분은 바꿀 수 있다.

주변을 바꿀 필요는 없지. 자신의 마음을 바꾸면 그게 곧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는 거다.

가능하면 기분 좋게 살아라”


그대로 내처 읽으면 세시간도 채 안걸리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가끔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를 곱씹기도 하고 혹은 어떤 글은 새삼 다시보다 보면서 세시간을 읽어내렸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조끔씩 맛보면서 꽤나 오래, 꾸준히 먹는 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 책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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