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스물두 번째 레인 by카롤리네 발
~표지에 한 소녀가 물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맑고 청량한 빛깔의 물이지만 소녀의 수영은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물이 소녀를 끌어 당기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소녀는 물 속에 침잠해있다.
소녀는 그대로 물 속에 있을 것인지, 호흡을 가다듬고 물밖으로 나올 것인 지를 결정해야 한다.
24살 틸다에게 수영장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갑갑한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숨가쁘게 레인을 오가다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크게 들이키는 호흡은 달게 느껴졌다.
이제는 수영장 물 밖으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20대 청춘을 알콜 중독자 엄마와 어린 여동생 이다를 돌보는 가장으로써 살아가야 하는 틸다는 한번도 자신의 꿈을 키워보지 못했다.
틸다가 마트 계산원을 하고 학업을 병행하면서 가장노릇까지 해야하는 데 반해, 마냥 해맑은 친구들의 모습은 그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틸다의 삶이 얼마나 어두운 지 더 잘 보여준다.
틸다 눈에는 늘 어린 동생 이다가 보였다.
자신이 가족의 굴레에 갇혀 한번도 꿈꾸지 못한 채, 주저앉았던 지라 동생만큼은 자신처럼 살고 싶게 하지 않았으리라.
잠든 이다의 모습을 보며 틸다는 매번 다짐했다. 가족옆에, 이다옆에 있을거라고. 그것이 자신의 자발적인 선택인양 생각했다.
매일매일 애써 다짐하며 자신을 억눌러 왔지만, 베를린의 대학에서 박사과정으로 공부해보지 않겠냐는 제안 만큼은 붙잡고 싶었다. 자신에게 수학적 재능이 있다는 교수님의 말대로 이제는 그만 작은 소도시를 떠나 베를린에 가서 원없이 공부하고 싶었다.
한번 생긴 마음은 그동안 애써 다잡아 오던 다짐에 균열을 낸다. 한번 흐트러진 균열 탓일까? 어느 날, 틸다앞에 나타난 빅토르도 그 균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외톨이 빅토르는 마치 틸다 자신을 보는 듯 하다. 반쪽밖에 없는 두 사람이 만나니 한쪽이 되어가는 것 같다.
틸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이들이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틸다를 가까이서 보는 어떤 친구들도 틸다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낀다고 믿는 가족이 내 인생의 굴레라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틸다는 자신이 발목잡힌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고 다독이지만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너무 담담해서 틸다의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프다. 그러나 틸다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하루하루 성장해간다. 그리고 그녀옆에는 함께 성장해가는 동생 이다가 있다.
주어진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가족의 사랑과 우애로 더 단단해져가는 틸다, 이다 자매. 그들을 보며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말만은 해주고 싶다.
세상에 어떤 길도 후회없는 선택은 없다고, 그 길을 선택했다면 그때부터는 그저 앞만 보고 가면 된다고.
*이 서평은 모도(@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다산북스(@dasanbooks)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스물두번째레인 #카롤리네발
#다산책방 #서평단 #도서협찬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 #베스트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