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신경다발을 꺼내는 수술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이제 육체는 그냥 껍데기일 뿐이고 뇌와 신경다발은 아르카디아에 연결된다. 아르카디아는 거대한 메타버스 세상이다. 교수의 소개로 하람이 입사한 더 컴퍼니는 사람들의 기억을 바꾸어 주는 곳이다. 가난하고 희망없는 가족을 건사해온 암 말기의 여인은 좋은 직장의 남편과 도박 중독이 아닌 큰 아들, 공무원이 된 작은 아들의 기억으로 영원히 깨지않는 꿈을 꾸며 안락사한다. 집 나간 엄마를 찾으려다 교통사고로 식물 인간이 된 소년에게는 엄마와 잘 살다가 디즈니 월드로 여행 가는 걸로 기억을 설계한다. 그외에도 더 컴퍼니는 기억을 조작하여 복수를 돕기도 하고, 아이에게 의사를 꿈꾸도록 기억을 넣으며, 심지어 가난한 케냐소년의 언어능력을 돈으로 사서 이식하는 일도 계획한다. 더 컴퍼니 사람들은 그 일이 가치있는 상품이라고 여기지만 하람은 기억과 고통을 조작한다고 인간을 치유할 수 없다고 느낀다. 기억을 바꾸어 낙원에서 살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고통을 잊고 맘 편히 남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억의 낙원을 원하는 이들의 입장이 되어봐야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깊은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또한, 케냐소년 키프로노가 자신의 언어능력을 내어놓으면서 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절박함도 우리는 모른다. 소설은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시대에 우리가 맞딱뜨릴 상황을 두려워하며 인간이 신의 영역에 손 대는 것이 옳은가? 하는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인간에게 거짓된 삶이 꼭 나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남긴다. "진실은 때로 차갑고 거짓은 그것을 따뜻하게 감싼다" 인간사에는 종종 하얀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결국, 기억의 낙원은 새로운 시대에 기술을 이용한 하얀 거짓말이 아니던가? 다가 올 미래사회에서 우리는 분명 이러한 질문에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