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외계인과 점점 사라져가는 돌고래가 나오는 소설이라니 읽기 전부터도 이 책이 아름다울 것 같고 감동적일 것 같았다. 17살 슬옹은 3년전 루칸스키 교수가 교칙까지 바꿔가며 예술원에 들인 학생이다. 예술원 교수들의 미움과 무시를 당하자 화가 나서 거액의 피아노를 부숴버린다. 2081년에는 시선을 맞추면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모두가 선글라스를 쓰는데 슬옹의 엄마도 그 바이러스로 사망했다. 그리고 아빠마저 슬옹이가 부순 피아노값을 물어내기 위해 몸은 냉동한 채, 인공지능 AI로 슬옹앞에 나타난다. 슬옹은 피아노를 부순 벌로 1년간 가파도 학교에서 피아노와 음악기초를 가르치게 된다. 그곳에서 음악실 귀신이라고 불리는 초록의 판달마루를 만나게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삶에 대해 하나씩 깨달아 간다. 그들은 지구인의 시선과 외계인의 시선으로 각자 자신들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판달마루는 슬옹이 전염병에 걸린 걸 알고 쿠론을 넣어 바이러스를 제거해준다. 그러나 AI 아빠는 오히려 쿠론때문에 슬옹이 아픈거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점점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간다. 슬옹이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판달마루는 돌고래의 죽음을 보며 지구인이 지구를 지키지 않는다며 슬퍼한다. 인간은 오만하고 욕심이 많아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 슬옹도 지구의 인간들처럼 천재로 인정받던 자신의 오만으로 자신을 지켜 준 아빠와 루칸스키 교수를 곤경에 빠트렸었다. 외계인의 눈으로 본 지구와 지구인들의 모습은 오히려 더 정확하고 객관적이다. 우리는 나의 작은 상처는 크게 보고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은 아끼면서 정작 죽어가는 존재들에게는 무관심하다. 그것이 곧 우리의 운명이 될것이라는 것은 모른 채 순간에만 급급하며 살아간다. 지구인보다 지구를 더 아끼고 돌고래들을 지키려는 판달마루의 모습은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준다. 가상의 sf소설이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깨달아야 할 것이 많다.